[박종면칼럼]안희정에 분노하는 당신께

본지 박종면 본지 대표 | 2018.03.19 04:31
‘대한민국 정치의 희망’으로까지 불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여비서관 성폭행 사건에 당신은 분노하는가. 그의 위선에 치가 떨리는가. 아니면 유력 대권주자 반열에까지 올랐던 그가 자기통제를 못 하고 질병 수준의 변태 행위를 보인 데 연민의 정이라도 느끼는가.

‘#미투(Me too)’ 운동의 확산과 저명인사들의 몰락을 보면서 세상이 너무 추하다고 탄식만 할 순 없다. 양성평등을 강조하거나 젠더권력 타파나 성추행·성폭력 형태로 나타나는 권력형 ‘갑질’에 대한 고발로도 뭔가 부족하다.

이 참에 인간과 성에 대한 재성찰이 필요하다. 교과서적인 얘기 말고 좀 더 솔직하게 말이다. 그래야 최소한 우리 스스로 인간에 대해 덜 실망하고 덜 좌절하고 덜 부끄럽지 않을까 싶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수많은 대답을 할 수 있겠지만 ‘그리스인 조르바’와 ‘영혼의 자서전’을 통해 ‘20세기 문학의 구도자’로 칭송받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얘기를 들어보자.

“나이가 들어 비로소 나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듯 인간은 신의 아들이 아니라 짐승의 후손이며, 그들 또한 조상들보다 총명하고 부도덕한 짐승이라는 모욕적인 개념들을 소화했다. 우리는 영혼이라는 이름의 짐을 지고 다니는 육체라는 이름의 짐승이다.”

카잔차키스가 그의 작품들을 통해 이렇게 얘기했다고 해서 행여 여성을 비하하거나 성폭력을 옹호하는 작가로 오해는 말자. 그는 이런 말도 한다. “여자가 흘린 눈물 한 방울이 남자를 빠뜨려 허우적거리게 할 수도 있다.”


성이란 무엇인가. 섹스란 무엇인가. 성과 섹스, 남녀의 사랑과 연애에 관한 한 지금 세계 최고 권위자는 스위스 태생의 영국 작가 알랭 드 보통이다. 그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해외 작가 중 한사람이다. 알랭 드 보통이 영국 런던에서 시민강좌 프로그램 ‘인생학교’를 열어 직접 강의하고 토론한 성과 섹스에 대한 얘기다.

“섹스에 관한 한 조금이라도 정상적인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죄책감과 노이로제, 병적 공포와 마음을 어지럽히는 욕망, 혐오에 시달린다. 그렇기 때문에 당혹스런 성적 충동에 정상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기보다 섹스가 본래부터 이상하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그는 이런 분석도 곁들인다. “일상에서 우리는 늘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요구받는다. 내면의 본성을 꾹 참고 억누르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도 애정도 얻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역설적으로 우리는 변태적 행위를 통해 우리의 내밀한 자아를 드러내 보이려 하고 그 순간 더 성적 흥분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알랭 드 보통이 추행이나 변태적 행위를 옹호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는 말한다. “한쪽이 상대에게 취하는 쾌감에서 상호성이 지극히 결여됐기 때문에 성폭행에 격분할 수밖에 없다.”

카잔차키스의 고백처럼 인간은 본성적으로 짐승이고, 알랭 드 보통의 지적처럼 성은 애초부터 이상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위선이 인간의 본질이며 겉으로 드러난 아름다움이란 한 꺼풀 가죽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도 유혹과 욕망을 절제하고 억누르며 살아간다. 조선시대 유학자 장유(1587~1638년)가 ‘신독잠’(愼獨箴·홀로일 때 삼가라)을 써두고 스스로를 늘 경계한 것처럼 말이다.

“깊숙한 방 말 없는 공간/ 듣고 보는 이 없어도/ 귀신이 그대 지켜보나니/ 게으름 피우지 말고/ 사심 품지 말일이다/ 처음에 막지 못하면/ 하늘까지 큰 물 넘치리라/ 위로는 하늘이고/ 아래로는 땅 밟는 몸/ 날 모른다 말할텐가/ 그 누구를 기만하랴/ 사람과 짐승의 갈림길/ 행복과 불행의 분기점/ 어두운 저 구석을 / 내 스승 삼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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