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아이에게 언제 강하고 언제 약해야 하나

머니투데이 권성희 금융부장 | 2018.03.10 07:31

[줄리아 투자노트]

“당신도 알잖아. 아들 가진 엄마의 사랑은 아들이잖아. 그런데 마음이 아프지 않더라고.”

서울 강남과 강북에 아파트 각각 한 채씩을 갖고 넉넉하게 살다 남편의 선물·옵션 투자 실패로 전재산을 날리고 반지하 셋방에 사는 지인의 말이다, 아들이 이번에 재수를 한다고 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재수를 반대했지만 아들은 뜻을 꺾지 않았다. 알아서 돈 벌어 재수하든 말든 맘대로 하라고 했다. 아들은 석달 가까이 아르바이트를 해 몇 백만원을 모았다.

“우리 아들이 집 망하고도 70만~80만원짜리 아이폰을 사 달라던 애야. 그런 애가 차비 아낀다고 아르바이트 장소까지 40분 거리를 걸어가더라. 이번 겨울이 얼마나 추웠어? 키가 180이 넘는 덩치 큰 애가 돈 아낀다고 점심을 김밥 한 줄로 때웠대. 그래도 그런 아들 보고도 이제는 가슴이 안 아파.”

얼마 전 만났을 때만 해도 돈이 없어 아들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 해준다고 눈물짓던 엄마였다. 남편의 빚 때문에 10년 이상 살던 집에서 쫓겨나듯 이사할 때 방문 손잡이를 붙잡고 이사 가기 싫다고 우는 아들을 보며 가슴이 찢어졌던 엄마였다. 그가 이제는 “점심은 잘 먹으라고 만원 정도 찔러 넣어줄 수도 있지만 안해”라며 “자기가 살아가야 할 세상, 스스로 배우고 훈련 받아야지”라고 했다. 그 엄마를 보며 부모는 언제 아이에게 강해야 하고 언제 약해야 하는지 생각해봤다.

◇아이가 선택하고 책임질 때 강해야 한다=아이를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부모가 아이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 대신 선택해주고 아이의 행동으로 인한 결과를 대신 책임져줄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자랄수록 점점 더 많은 선택을 아이 스스로 하게 하고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대한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게 해야 한다. 이는 아이가 독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훈련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실수도 하고 고생도 한다. 이때 부모는 독해져야 한다. 아이가 안쓰럽다며 실수를 대신 고쳐주고 고생을 대신 해주면 아이는 세상을 스스로 살아갈 자생력을 키우지 못한다. 아이가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 책임을 회피하도록 도와주거나 가볍게 해주려 하면 아이가 교훈을 얻지 못해 훗날 더 큰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아이의 약함에 대해선 약해야 한다=아들에게 밤 12시에는 휴대폰을 반납하고 잔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아들이 이 약속을 어기고 휴대폰을 반납한 뒤에 친구에게 빌린 공기계로 새벽까지 게임을 했다. 엄마를 속였다는 배신감, 고2가 됐는데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한심함에 열을 내며 야단쳤다. 그래도 아들은 끝까지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운동을 배우는 트레이너에게 이 말을 했더니 “자기도 새벽까지 휴대폰 하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 못 참아서 하는 것”이라며 “그런 걸 야단친다고 바뀌나요?” 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어른도 몸에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 담배와 야식을 끊지 못하고 게임이나 도박에 빠진다. 안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고,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안 하는 것은 우리의 약함 때문이다.

이미 스스로 알기에 야단치고 강하게 나가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이때는 그 약함을 인정하고 그 약함으로 인해 속상한 마음에 공감해주는 부드러움을 보여줘야 한다. 약함을 보듬어주며 그 약함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 날 저녁 아들에게 “휴대폰의 유혹을 참지 못하는 네 약함을 인정하지 못해 미안해” 했더니 아들이 “잘못했어”라며 “나도 휴대폰 안 하고 12시엔 잤으면 좋겠는데 잘 안돼”라고 순하게 말했다.

부모는 아이가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으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인생을 살길 바란다. 그리고 여기에서 벗어나면 속상해하고 화를 낸다. 아이에게 자기 선택을 강요하고 아이가 그 선택에 부합하지 못하는 약함을 보이면 몰아 부친다. 반대로 아이가 해야 할 고생은 안쓰러워 약한 마음으로 대신 해주려 한다. 대개는 아이가 안쓰러울 때 독한 마음으로 강하게, 아이가 내 마음에 흡족하지 않아 화가 날 때는 부드러운 마음으로 약하게 대해야 하는데 반대로 해서 아이의 자생력은 꺾고 마음의 상처는 키운다.

베스트 클릭

  1. 1 "만날 때마다 '대빵님' 호칭…현송월, 여걸이더라"
  2. 2 이재용·최태원·박용만, 삼지연에서 김정은과 '작별주' 나눠
  3. 3 김정숙 "운동합니다!"-文대통령 "지난주, 그 지난주도 안했고"
  4. 4 송이버섯 2톤, 국내 가격으로 따져보니 '최대 17억원'
  5. 5 김정은, 백두산에서 '손하트' 만들며…"모양이 안나옵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