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교수 “여왕개미 리더십 보여주고 싶은 ‘건방진’ 책”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7.12.13 16:54

[인터뷰] 첫 경영서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 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첫 경영서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 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제공=메디치

2013년 60세 넘어 국립생태원 초대원장 자리를 맡아 과학자에서 공직자로 위치가 바뀐 최재천(63)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재임 시작부터 어리둥절했다. 학자일 때 가끔 경영 강의를 몇 차례 하긴 했어도 자신이 직접 CEO로 조직을 이끈다는 건 꿈에서조차 생각 못 해 본 일이었다.

재임 3년 2개월간 그는 개미 박사 또는 국내 최고 생태학자로서 조직을 들여다봤다. 카리스마 넘치는 한 명의 영웅주의 리더십이 아닌, 여왕개미의 ‘은폐 리더십’이 그것. 번식만 책임지고 나머지는 일개미에게 위임하는 여왕개미처럼 ‘규범은 확립하되 실행은 자유롭게’ 조직을 운영했다.

성과는 놀라웠다. 환경부가 제시한 연간 관람객 30만 명의 300%가 넘는 100만 명을 모으는 기록을 세웠고, 힘이 아닌 소통으로 직원의 화합을 이끄는 ‘통섭’의 능력도 증명했다.

생태학의 원리로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그는 ‘초짜 CEO’의 글쓰기 부끄러움을 딛고 경영서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를 내놨다. 최 교수는 13일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민망하지만 ‘지적질’하고 싶었다”며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일하면서 하루 5분, 3분 제대로 쉬어 본 기억이 없어요. 끊임없이 움직이며 무엇을 했어요. 저 같은 사람이 굉장히 많겠구나 생각하며 이게 무엇을 책임지는 사람에겐 공통으로 겪는 일이라는 걸 알았어요. 이렇게 일하면 성공보다 망하기가 어려운 일인데, 기업을 망가뜨린 몇몇 CEO를 보면서 평소 습관대로 ‘지적질’을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들더라고요.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건방진’ 책이에요. 그래도 몇 분에겐 필요한 책이 아닐까요?”

500여 명의 조직을 끌고 가는 힘의 원천은 역시 그가 생태학자로서 줄곧 강조해 온 나름의 ‘무기’들에서 나왔다. 호모 심비우스(공생하는 인간), 경협(경쟁뿐 아니라 협력도 본성) 같은 생태학 원칙들이 경영에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제가 오후 6시면 칼퇴근하는 ‘가정적 남자’였어요. 게다가 ‘지적질’ 습관대로 회식 문화에 젖은 사람들을 향해 늘 비판도 잊지 않았죠. 그런데 원장을 맡으면서 회식 안 한 날을 손에 꼽을 정도로 ‘밤무대 황태자’로 살았어요. 직원과 스킨십 한다고 거의 매일 회식하고 볼링 치러가고….”

격주 수요일마다 ‘원격바’(원장이 격주로 구워주는 바비큐)를 가동해 직원과 거리 좁히기를 시도하고, 원장 재임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날아드는 비방 ‘투서’와 현명하게 싸우며 조직을 안정화한 것 모두 공감과 협력이라는 생태계 대원칙에서 얻은 성과들이다.

그가 정의하는 성공한 조직은 화려한 업적을 포기하더라도 직원 2명을 살리는 것이다. 조직의 안전은 ‘공감’이라는 인간의 가치가 발현하는 최고의 ‘성과’이기 때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으로 3년간 재임하면서 연간 100만 관람객을 모으며 당초 목표보다 300% 넘는 성과를 달성했다. 협력, 공감 같은 생태계 원칙들을 경영에 도입하면서 이룬 결과다. 그는 최근 조직의 성공 노하우를 담은 책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를 냈다. /사진제공=메디치

“공감 능력은 인간만의 소유가 아니에요. 쥐조차도 동료의 신음을 듣고 협력하거든요. 공감은 길러지는 게 아니라, 무뎌지는 거예요. 그걸 갖고 태어났는데도, 점점 더 공감에 익숙해지지 않고 피하는 경우가 많이 있지 않나요?”

책에서 강조한 그의 경영 십계명에 주목할 만한 몇 가지 명제들이 있다. ‘군림(君臨)하지 말고 군림(群臨)하라’ ‘소통은 삶의 업보다’ ‘이를 악물고 듣는다’ 등이 그것.

한 사람의 뛰어난 리더십이 때론 죽어가던 조직을 살려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훑고 간 ‘다음’의 조직 생태계가 계속 건강성을 유지하려면, ‘나대지 않고 포장을 잘하는’ 여왕개미의 리더십이 더 효과를 발휘할지 모른다. 소통과 관계에 대한 그의 철학과 역설(力說)이 각인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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