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현대차의 재앙, 현대차의 축복

본지 박종면 본지 대표 | 2017.10.16 03:34
요즘 자본시장이나 재계에서는 장기간 오너 공백으로 리더십 위기에 빠진 삼성그룹보다 현대차그룹을 걱정하는 사람이 더 많다. 현대차의 차기 리더인 정의선 부회장조차 지인들에게 10년 뒤에도 그룹이 존립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는 소문이 떠돌아다닐 정도다.

현대차그룹이 출범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위기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국내외 전체로는 8.7% 감소했고 해외에서는 9.3%,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직격탄을 맞은 중국에서는 43% 줄었다. 연간 10조원이 넘던 영업이익과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률도 반 토막이 나고 말았다.

현대차그룹의 근원적인 문제는 단순히 수치상의 실적부진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는 게 큰 문제다. 현대차는 고급 브랜드로 무장한 독일과 일본 자동차들에 뒤처지는 것은 물론 가격 경쟁력에다 품질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중국업체들에도 밀리는 샌드위치 신세다.

왜 이 지경으로까지 사태가 악화했는가. 중국의 사드 보복 영향에 따른 것이라면 얼마나 다행이겠나. 안타깝게도 사실은 그렇지 않다. ‘노자’에 나오는 대로 세상사 ‘천도호환’(天道好還)이다. 하늘의 도는 되갚음의 이치다. 얻고 잃고 성공하고 실패하고 이 모든 것의 원인은 스스로에게 있다. 현대차의 위기는 중국의 사드 보복 때문이 아니라 현대차가 자초한 것이다. 사드 때문이라면 2~3년 참고 견디면 되겠지만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은 피할 수 없다.

세계 5대 자동차메이커로 키운 정몽구 회장이 제일 강조한 것은 ‘품질경영’이다. 그런데 현대·기아차는 어느 때부터인가 품질경영보다는 외형성장과 시장점유율에 매달렸다. 그 결과 세계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읽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세계 5대 자동차메이커로 키운 정몽구 회장이 제일 강조한 것은 ‘품질경영’이다. 그런데 현대·기아차는 어느 때부터인가 품질경영보다는 외형성장과 시장점유율에 매달렸다. 그 결과 세계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읽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알려진 대로 세계 자동차 시장의 대세는 SUV(다목적스포츠차량)다. 또 전체 자동차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고급차와 저가차 시장으로 양극화했다. 여기에다 친환경 전기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금 세계 자동차 시장의 3대 화두인 SUV, 고급차, 친환경 전기차 대응에서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성공은 절대 영원하지 않다. 그런데도 성공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 누구나 자만에 빠지고 만다. 자만은 성공이 선사하는 부작용이다. 현대차도 그랬다. 현대차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7년간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성공에 취해 자만에 빠지고 말았다. 2014년 신사옥 건립을 위해 10조원 넘는 돈을 주고 서울 삼성동의 한전 부지를 사들인 것이 단적인 사례다.

불편함은 사람을 깨어 있게 만든다. 천적인 메기가 있어야 미꾸라지가 살아남는다. 저수지에 물이 빠지면 바닥의 실체가 드러난다. 현대차는 중국의 사드 보복과 지금의 경영위기를 스스로를 점검하고 채찍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사드 보복과 경영위기는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다.

현대차그룹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지름길은 있을 수 없다. 답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서로 부담을 나누고, 최대한 많은 사람의 지혜를 모으고, 위기를 직시하고, 용기를 잃지 않고, 오래 버티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정의선 부회장이 서 있어야 한다. 2009년 급발진 사고에 따른 대량 리콜 사태로 최대 위기를 맞은 토요타자동차를 3년 만에 위기에서 구한 토요타 창업자 가문의 손자 토요타 아키오 사장처럼 말이다. 다행히 정 부회장은 권위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겸손하면서 글로벌한 안목까지 갖췄다. 현대차 위기돌파의 열쇠는 정의선 부회장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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