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비만' 26년 한우물…藥 솟을일만 남아

머니투데이 대전=김유경 기자 | 2017.09.27 04:30

[김유경의 女벤처스]김민영 안지오랩 대표 "혈관신생 억제제로 임상2상서 내장지방↓"

편집자주 |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벤처시장에 여풍(女風)이 매섭게 불고 있다. 풍부한 감수성과 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공신화를 써가는 여성 벤처 CEO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한국형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이들의 창업 스토리를 들어본다.

“운동으로도 줄이기 어려운 내장지방을 혈관신생억제제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김민영 안지오랩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126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복부비만 치료제(ALS-L1023)의 임상2상 결과 내장지방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혈관신생억제제를 이용한 복부비만 치료제 개발에 나선 것은 안지오랩이 처음이다.

김 대표는 26년간 ‘혈관신생’을 연구한 국내 독보적인 혈관신생 전문가다. 혈관신생은 기존 혈관에서 새로운 잔핏줄(모세혈관)이 생기는 것으로 보통 상처가 치유될 때 또는 여성의 생리주기에 잠시 일어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혈관신생이 수년간 과다하게 일어나거나 비정상적으로 발생하면 암, 비만, 건선, 황반변성 등 여러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생겨나 암세포나 내장지방이 커지는 것을 막는 치료제가 혈관신생억제제”라며 “비정상적으로 생겨난 혈관신생을 크지 못하게 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끊임없이 연구했다”고 말했다.

특히 내장지방은 뇌혈관질환, 만성신부전, 대장암, 제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인데 운동으로는 줄이기 어려운 지방이라 치료제가 필요하다고 김 대표는 밝혔다.

실제 미국 사립대학 듀크대학교의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8개월간 운동을 전혀 안한 경우 내장지방이 8.6% 증가했고 1주일에 17.6㎞를 8개월간 조깅한 경우 내장지방 증감에 변화가 없었다. 1주일에 32㎞를 8개월간 조깅한 경우에만 내장지방이 6.9% 감소했다.

김 대표는 “대부분 비만치료제는 체중감소 효과가 있으나 설사, 변비, 두통, 수면장애 등의 부작용을 동반한다”며 “‘ALS-L1023’은 천연물 의약품이라 부작용 없이 내장지방을 줄인다는 점에서 기존 비만치료제와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혈관신생 연구는 현재 기술수출이 가능할 정도로 성과가 나오지만 사실 김 대표에게는 지난 20여년간 희망고문이나 다름없었다.


1991년부터 한일그룹 계열 생명공학연구소인 한효과학기술원에서 종양생물실장으로 혈관신생 연구를 해온 김 대표는 IMF 외환위기에 모기업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1999년 연구소가 문을 닫자 같은 해 바로 창업했다. 혈관신생억제제에 대한 연구결과가 곧 나올 것같다는 희망을 접지 못해서다. 하지만 창업 후 연구는 18년간 이어졌고 앞으로도 임상3상을 위한 연구가 3~4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초 혈관신생억제제는 미국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이 2004년 개발한 항암제 ‘아바스틴’이다. 기존 화학요법제와 함께 투여한 결과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 확인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첫 번째 승인을 받았다. 이렇게 해외에서 혈관신생억제제가 나오는 것을 확인하며 김 대표는 연구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수년간 연구해온 걸 치료제로 개발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만 42세에 창업했는데 장기 프로젝트가 돼버렸다”며 “이렇게 사업이 어렵고 길어질 줄 알았다면 창업을 못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연구가 길어지면서 그 사이 바뀐 새로운 규제에 맞춰야 했고 투자나 정부시책마저 사회 분위기나 유행을 따라 움직이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2016년 10월 코넥스에 상장한 안지오랩은 2018년 하반기를 목표로 코스닥 기술특례 이전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또 국내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국내외 제약사에 기술이전을 추진 중이다. 20여년간 혈관신생 연구에 매진한 김 대표의 신념이 결실을 앞두고 있다.

김민영 안지오랩 대표(가운데)가 직원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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