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 안지오랩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126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복부비만 치료제(ALS-L1023)의 임상2상 결과 내장지방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혈관신생억제제를 이용한 복부비만 치료제 개발에 나선 것은 안지오랩이 처음이다.
김 대표는 26년간 ‘혈관신생’을 연구한 국내 독보적인 혈관신생 전문가다. 혈관신생은 기존 혈관에서 새로운 잔핏줄(모세혈관)이 생기는 것으로 보통 상처가 치유될 때 또는 여성의 생리주기에 잠시 일어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혈관신생이 수년간 과다하게 일어나거나 비정상적으로 발생하면 암, 비만, 건선, 황반변성 등 여러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생겨나 암세포나 내장지방이 커지는 것을 막는 치료제가 혈관신생억제제”라며 “비정상적으로 생겨난 혈관신생을 크지 못하게 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끊임없이 연구했다”고 말했다.
특히 내장지방은 뇌혈관질환, 만성신부전, 대장암, 제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인데 운동으로는 줄이기 어려운 지방이라 치료제가 필요하다고 김 대표는 밝혔다.
실제 미국 사립대학 듀크대학교의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8개월간 운동을 전혀 안한 경우 내장지방이 8.6% 증가했고 1주일에 17.6㎞를 8개월간 조깅한 경우 내장지방 증감에 변화가 없었다. 1주일에 32㎞를 8개월간 조깅한 경우에만 내장지방이 6.9% 감소했다.
혈관신생 연구는 현재 기술수출이 가능할 정도로 성과가 나오지만 사실 김 대표에게는 지난 20여년간 희망고문이나 다름없었다.
1991년부터 한일그룹 계열 생명공학연구소인 한효과학기술원에서 종양생물실장으로 혈관신생 연구를 해온 김 대표는 IMF 외환위기에 모기업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1999년 연구소가 문을 닫자 같은 해 바로 창업했다. 혈관신생억제제에 대한 연구결과가 곧 나올 것같다는 희망을 접지 못해서다. 하지만 창업 후 연구는 18년간 이어졌고 앞으로도 임상3상을 위한 연구가 3~4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초 혈관신생억제제는 미국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이 2004년 개발한 항암제 ‘아바스틴’이다. 기존 화학요법제와 함께 투여한 결과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 확인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첫 번째 승인을 받았다. 이렇게 해외에서 혈관신생억제제가 나오는 것을 확인하며 김 대표는 연구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수년간 연구해온 걸 치료제로 개발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만 42세에 창업했는데 장기 프로젝트가 돼버렸다”며 “이렇게 사업이 어렵고 길어질 줄 알았다면 창업을 못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연구가 길어지면서 그 사이 바뀐 새로운 규제에 맞춰야 했고 투자나 정부시책마저 사회 분위기나 유행을 따라 움직이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2016년 10월 코넥스에 상장한 안지오랩은 2018년 하반기를 목표로 코스닥 기술특례 이전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또 국내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국내외 제약사에 기술이전을 추진 중이다. 20여년간 혈관신생 연구에 매진한 김 대표의 신념이 결실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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