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샘의 포스트카드] 너를 기다리며

머니투데이 김보일 배문고등학교 국어교사 | 2017.05.24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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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어찌하다 아이패드를 하나 가지게 되었는데 이것이 완전 밥도둑, 아니 시간도둑입니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다 날 새는 줄도 모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평소 이런 저런 글을 쓰던 차에 조금은 건조한 느낌의 디지털 그림에 아날로그적 논리나 감성의 글을 덧붙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과 색이 언어의 부축을 받고, 언어가 선과 색의 어시스트를 받는, 글과 그림의 조합이 어떤 상승작용을 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보일샘의 포스트카드’를 보시는 재미가 될 것입니다. 매주 월, 수요일 아침, 보일샘의 디지털 카드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따듯한 기운과 생동감을 얻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구는 사랑을 나누기 알맞은 행성입니다. 

‘사이비(似而非)’란 ‘비슷하지만 아니다’라는 뜻이다. 원본은 없고 복제품이 널린 디지털 세상이 실은 사이비 세상이기도 하다. 그림도 실물에 방불(彷佛)할 뿐이지 실물 그 자체는 아니라는 점에서 사이비의 일종이다. 따지고 보면 예술 자체가 실재가 아닌 실재의 모방, 사이비다. 그러나 ‘너’ 없는 곳에서 ‘너 닮은 것’이라도 만나고 싶은 마음, ‘너’에 대한 그리움이 사이비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지. 너의 체취를 흉내 내고, 너의 형상을 흉내 내지만 결국은 ‘너’의 부재를 확인하게 될 뿐이다. 그러나 저 숱한 사이비들 덕분에 닮음이 필요 없고, 비교가 불가능한 ‘너’를 간절히 꿈꾸고 기다리게 된다. 그래, 어떤 시인의 바람대로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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