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판결 앞선 의욕? 간송미술관의 무리한 전시계획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 2017.04.12 18:52

간송문화전, 충무공파 종부-종회 간 다툼으로 '난중일기' 진품 전시 무산돼

11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훈민정음-난중일기 전: 다시, 바라보다' 전시에서 관람객들이 난중일기를 둘러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간송미술문화재단 주최로 '훈민정음'과 '난중일기'를 새로운 의미와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마련됐다. /사진=뉴스1
"'난중일기' 진품은 어디 있어요?"

전시장 어디에도 '난중일기' 진품은 없었다. 이순신의 무과 합격 증서인 '무과홍패'와 이순신이 전란 중 머리맡에 걸어두고 정신을 가다듬었던 '장검' 등 다른 관련 유물도 마찬가지였다. 주최 측에 진품의 행방을 묻자 "진품의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복원을 거쳐 5월 초 전시될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간송문화전 시즌2 '훈민정음·난중일기 전(展) : 다시, 바라보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본 전시회가 열리기 앞서 언론에 전시 내용을 공개하는 자리다. 국내 최초로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제70호)과 '난중일기'(국보 제76호) 진본이 함께 전시되는 자리인 만큼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간송미술관 측이 보유한 '훈민정음 해례본'과 '동국정운'은 원본이 전시됐지만 '난중일기'는 영인본(복제본)으로 대체됐다.

난중일기를 내세운 전시에 난중일기가 사라지게 된 경위는 이렇다. 난중일기는 복원 중이 아니라 후손 간 분쟁에 발이 묶여 있었다. 지난달 초 덕수 이씨 충무공파 종회가 소유자인 충무공파 종부 최씨를 상대로 유물 이동금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20일 받아들였다. 종부 측은 이의신청을 냈지만 이달 11일 기각됐다. 난중일기와 관련 유물이 현충사를 벗어날 수 없게 되면서 시기와 상관없이 진본 전시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셈이다.


이번 일로 80년 역사를 자랑하는 간송미술관의 신뢰관계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현충사 관리소는 가처분신청이 인용되자 지난달 28일 유물 이동이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을 간송재단에 전달했다. 간송 측은 법적 분쟁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유물을 복원 중'이라며 사안을 숨기는데 급급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사태가 불거지자 간송 측은 "이의신청이 기각될 줄 전혀 몰랐다"며 "기각 판결을 11일 오전 11시에 전달받아 사실 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내용 정정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가처분신청이 인용된 이후 전시를 진행할지 말지에 대해 계속 논의가 오갔는데 (간송 측에서) 전시를 그냥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그대로 '난중일기' 진품을 전시한다고 발표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원만한 합의'도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덕수 이씨 충무공파 종회 측은 "가처분 소송을 낼 때 간송미술관 측과 전시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은 몰랐지만 현재도 전시에 협조할 생각은 없다"며 "(이순신 관련 유물은) 이미 현충사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데 훼손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설 전시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전시의 취지는 혼란스러운 시국에 광화문 광장에도 서 있는 두 영웅적 인물을 되돌아보기 위함이다. 원본이 존재한다면 더욱 의미가 있겠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전시 취지는 이해된다. 애민정신으로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과 역사상 가장 힘겨웠던 시기에 나라를 구해낸 이순신 장군의 만남이 후손 간 분쟁과 이해관계에 빛바랜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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