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현실로' SF아버지 클라크와 큐브릭의 상상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 2017.02.25 05:58

[과학책을 읽읍시다] <17> 아서 C. 클라크 탄생 100주년…스페이스 오디세이 완전판

편집자주 | 과학은 실생활이다. 하지만 과학만큼 어렵다고 느끼는 분야가 또 있을까. 우리가 잘 모르고 어렵다며 외면한 과학은 어느새 ‘로봇’이나 ‘인공지능’의 이름으로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우리 앞에 섰다. ‘공상’이란 수식어를 붙여야 더 익숙한 과학을 현실의 영역에서 마주하게 된 것이다. 더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그대’로 과학을 방치할 수 없다. 과학과 친해지는 손쉬운 방법의 하나는 책 읽기다. 최근 수년간 출판계 주요 아이템이 과학이란 것만으로도 읽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과학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싶은 독자라면 ‘과학책을 읽읍시다’ 코너와 함께하길 기대한다. 연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과학계 오피니언 리더들과 함께 선정한 우수 과학도서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곧 무엇이든 생각이 날 터였다'…희미한 깨달음의 순간은 소설을 관통한다. 원숭이인간이 허공으로 던진 뼈다귀는 우주선이 되고, 우주에 닿은 인간은 스타게이트를 통과해 시공간을 초월한다.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표현하는 주제는 심오하고 철학적이다. 인간이 발명을 통해 진화하는 모습은 고무적이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에서는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작품과 한 몸이 되어 장엄하게 흐른다.

아서 C. 클라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스페이스 오디세이 완전판'이 국내 첫 출간됐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를 비롯해 '2010 스페이스 오디세이'(1982), '2061 스페이스 오디세이'(1987), 그리고 국내 최초로 정식 출간되는 '3001 최후의 오디세이'(1997)로 구성됐다.

흔한 SF(공상과학) 소설이 그렇듯 허황되지 않다. 클라크는 문학사뿐만 아니라 과학사에도 거대한 족적을 남겼다. 그는 물리 및 수학적 지식을 동원해 통신 위성, 인터넷, 우주정거장, 핵추진 우주선 등 과학적 상상력을 구체화했고, 이는 모두 현대에 와서 실현됐다.

'스페이스 오디세이' 속 디스커버리 호는 목성의 중력을 이용해 속력을 올린 다음 목적지인 토성으로 날아간다. 소설에서 묘사한 '섭동(攝動)기동' 방식은 11년 후 보이저 1호가 그대로 실행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또 클라크는 1945년 논문을 통해 지구 상공의 특정 궤도로 쏘아올린 위성을 통해 통신이나 방송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고, 그로부터 약 20년 후 세계 최초 정지궤도용 통신 위성이 발사됐다.


1968년 크리스마스, 아폴로 8호의 승무원들은 달에서 소설 속 '모노리스'와 유사한 커다란 검은색 석판을 발견하고 클라크에게 무전을 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이듬해 닐 암스트롱도 달에 처음 발을 딛으며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 1970년, 아폴로 13호의 지휘선 이름은 '오디세이'. NASA는 아폴로 13호의 비행 보고서를 클라크에게 보내며 이렇게 썼다. '당신이 항상 말하던 대로 됐습니다, 아서.'

가장 최근에 와서도 클라크의 과학적 상상력은 실현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열쇠인 AI(인공지능)도 이미 반세기 전 소설에서 제시됐다. 나아가 인공지능이 인간성을 위협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소설 속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HAL 9000은 우주비행사들이 작동을 멈추려고 하자 이들을 우주선 밖으로 내몰아 죽인다. HAL은 선장을 밀어내고 우주탐사선에 대한 권한을 장악하려고 한다.

과학적 진일보를 거듭한 인간 여정의 끝은 어디일까.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큰 줄기는 니체의 '초인'이나 '영원 회귀' 사상과도 맞닿아 있다. 이는 인간의 유한한 삶은 무한하게 반복되며, 단순히 동일한 삶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지의 스타게이트를 통과한 주인공 데이비드 보먼이 '별의 아이'로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아서 클라크도 자신의 DNA를 우주로 날려보내는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그는 죽기 전 90세 마지막 생일에 언젠가 외계인과 조우하리라는 기대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언젠가 우리 인류가 사멸한 뒤 고도로 발달한 외계문명이 우리가 남긴 유물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나를 다시 되살려내 또다른 시간대에서 살아가게 해 줄지도 모르죠. 뒤를 부탁하네, 스티븐 킹."

◇스페이스 오디세이 완전판=아서 C. 클라크 지음. 김승욱·이지연·송경아 옮김. 황금가지 펴냄. 356·468·356·312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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