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와 '소진'의 가능성 품은 '미니어처 극장'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 2017.01.01 13:35

[작가&작가] <25> 제한적 작업 환경에 대한 고민을 작품으로 풀어낸 박지혜 작가

편집자주 |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가진 예술가들은 다른 예술가들의 세계를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름은 배움이다. 한 작가는 자신과 다른 예술 세계를 추구하는 또 다른 작가를 보면서 성장과 배움의 기회를 얻는다. '작가&작가'는 한 작가가 자신에게 진정한 '배움의 기회'를 준 다른 작가를 소개하는 코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터뷰를 통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남다른 작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박지혜 작가의 '순수한 소진-배회하는 상영관'. /사진제공=박지혜

작품을 지탱하는 버팀목들은 언제든 '다른 용도'로 쓰일 수 있다. 바퀴가 달려있는 이 버팀목 위에 합판을 붙이면, 책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버팀목 높이도 일반적인 책상다리 높이인 약 70cm다.

박지혜 작가(30·여)의 입체 작품, ‘순수한 소진-배회하는 상영관’ 얘기다. '움직이는 미니어쳐 극장'을 테마로 제작했다. 작품은 극장 객석을 축소시킨 모형물로, 작품 하단에 바퀴가 달려있어 손쉽게 끌고 다닐 수 있다.

작가는 10여 년 전부터 '집에 남는 방' 하나를 작업실로 삼았다. 조각 전공자로서, 3평 남짓한 방의 '공간적 제약'에 맞춘 작품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얼핏 소소해 보이는 고민의 답을 찾아가는 신선한 작업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한번 전시한 작품을 다른 방식으로 재사용하거나, 남아 있는 재료를 처리해 작업 공간 면적을 확보한다는 발상에서 시작됐습니다. 중간에 방 외에도 별도 작업실을 하나 구해 작업 공간으로 삼고 있지만 그 크기는 비슷하게 좁아요. 이런 환경에서 작품이 차지하는 공간을 줄이고, 짐을 덜어냄으로써 작업 공간도 유지한다는 게 작품 제작부터 중요한 개념이 되는 것이지요." 작가는 작품 제목에 다 써서 없앤다는 의미의 '소진'을 붙인 배경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박지혜 작가의 '순수한 소진-일시적 구조재'. /사진제공=박지혜

극장 객석의 축소 모형 옆 면에 설치된 것은 시중에서 파는 블라인드다. 이 블라인드는 원래 용도 대로 햇볕을 가릴 때 쓰일 수 있다.

"작품을 처리하는 가장 좋은 방식은 판매겠지요.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작품을 해체해 일상의 다른 사물로 활용하거나, 다른 작품 제작을 위한 재료 그 자체로 환원시키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작품을 처리하는 가장 좋은 방식은 판매겠지요.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작품을 해체해 일상의 다른 사물로 활용하거나, 다른 작품 제작을 위한 재료 그 자체로 환원시키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자신에게 남아 있는 재료인 각재(다루끼)를 큐브로 만들어 전시장에 배치한 작품 ‘순수한 소진-일시적 구조재’도 그 같은 발상에서 비롯됐다.

박지혜 작가의 '효율적 풍경'. /사진제공=박지혜

작가는 ‘순수한 소진-배회하는 상영관’과 ‘순수한 소진-일시적 구조재’를 최근 폐막한 아트 스페이스 풀의 ‘공감 오류: 기꺼운 만남’ 전에 선보였다. 출품작 크기는 전시장 입구에 들어맞아 혼자 옮길 수 있게 설계됐다. 전시가 끝났을 때 처리하기 간편한 재료로 만들어졌다.

작가는 사물의 규격에도 관심이 있다.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를 일상의 다른 사물로 재활용하려면 크기는 필수다.

'사물의 규격'을 신경 쓰면서도 도발적인 시도를 감행해 눈길을 끌었다. 문래동 전시 공간 인터랙션에서 지난해 선보였던 ‘환상회로’ 전 출품작, '효율적 풍경’이 대표적인 예다. 작가가 A4나 액자와 같은 치수에 적용되는 종횡비 규격 그대로 전시장 벽에 구멍을 냈던 작품이다.

작가는 "전시용으로만 쓸 수 있는 깨끗한 벽면에 구멍을 뚫어 전시장 내부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도록 유도한 작품"이라고 했다. 조혜진 작가는 박지혜 작가에 대해 "자신이 처한 환경 그 자체에 반응한 '기술적인 작품'을 선보인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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