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 표면의 도안에서 출발하는 여정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 2016.12.19 06:00

[작가&작가] <24> 조혜진 작가, '당연한 듯' 존재하는 이미지·사물 되돌아보기

편집자주 |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가진 예술가들은 다른 예술가들의 세계를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름은 배움이다. 한 작가는 자신과 다른 예술 세계를 추구하는 또 다른 작가를 보면서 성장과 배움의 기회를 얻는다. '작가&작가'는 한 작가가 자신에게 진정한 '배움의 기회'를 준 다른 작가를 소개하는 코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터뷰를 통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남다른 작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조혜진 작가의 '모의주행 작업실-공장-자판기', 양면투사 영상, 7시간 42분, 2016. /사진제공=아마도 예술공간

현대 미술가 조혜진 작가(여·30)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전시 공간인 ‘아마도 예술공간’ 내부에 나무로 된 가벽을 설치했다. 빔프로젝터를 사용해 이 가벽에 네비게이터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영상을 투사했다. 작가의 눈앞에 '떠돌아다니는 이미지'들의 이동 경로를 담은 영상이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이미지로, 하나같이 다르지만 보통 눈여겨보지 않는 대상이다. 종이컵 표면에 새겨진 도안 얘기다.

"디자인을 보고 종이컵을 사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이런 종이컵에는 늘 도안이 따라다니지요. 편의점, 자판기, 어떤 갤러리의 전시 오프닝 장에서 쉽게 얻는 종이컵들의 공통점이었어요. 종이컵 표면의 도안과 컵 아래 박힌 제조 공장 주소지요. "

조혜진 작가의 '6.5온스(oz) 종이컵 연작', 수집한 종이컵의 정보를 기록, 디지털 이미지, 각18X26cm, 2016. /사진제공=조혜진 작가

그는 도안이 특별한 미적 가치를 지닌다기보다 종이컵의 백색 재질이 '심심하지 않게' 채워지는 것에 가깝다고 봤다. 작가는 이처럼 일상에서 '당연한 듯' 존재하는 이미지나 사물이 우리에게 전달된 과정에 대해 고찰한다.

그의 작품 '모의주행 작업실-공장-자판기'는 도안이 표면에 새겨진 종이컵의 유통 경로를 보여준다. 제조 공장, 자신이 종이컵을 입수한 장소, 종이컵들이 현재 위치한 자신의 성북구 석관동 작업실을 '모의 주행'하는 영상이다. 그는 이번 작업과 관련해 스스로 생산 시스템에 진입할 계획도 있다고 한다. 수집한 종이컵 도안을 기반으로 새 도안을 만들어 내, 종이컵 제조업체에 제안한다는 것.

"‘미술 작업'보다 실제의 사물이 우리 삶과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관심이 있었어요. 전시장에 있으면 미술 작품으로 읽히지만, 밖에선 일상 사물로 돌아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랐던 거지요."
"‘미술 작업'보다 실제의 사물이 우리 삶과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관심이 있었어요. 전시장에 있으면 미술 작품으로 읽히지만, 밖에선 일상 사물로 돌아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랐던 거지요."

조혜진 작가의 '이용 가능한 나무', 수집한 열대식물을 각목으로 조각(행운목, 파키라, 녹보수, 고무나무), 가변설치, 2015. /사진제공=조혜진

그의 2015년 작 ‘이용 가능한 나무’도 당연한 듯 존재했던 사물과 접점을 맺는다.
죽은 열대식물을 각목으로 만든 작품이다. 열대식물은 한국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외래종으로, '이국적인 느낌' 등으로 196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되는 식물이다.

작가는 행사나 기념일 선물로 동원되던 열대식물을 다시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엇인가로 재탄생시키는 시도를 했다. 각목, 즉 '자재'의 형상을 통해서다.

이은새 작가는 조혜진 작가에 대해 “사소한 일상 풍경을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재해석한다”며 “이를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흥미롭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아마도 예술공간’이 네이버문화재단에서 후원하는 ‘헬로!아티스트’ 오프라인 전시시리즈 일환으로 선보인 ‘표면 위, 수면 아래’ 전(조혜진·한성우 2인전)은 내년 1월 8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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