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들을 '급하게' 나누는 펜스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 2016.11.27 16:31

[작가&작가] <22> 일상의 발견을 통해 미소를 번지게 하는 호상근

편집자주 |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가진 예술가들은 다른 예술가들의 세계를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름은 배움이다. 한 작가는 자신과 다른 예술 세계를 추구하는 또 다른 작가를 보면서 성장과 배움의 기회를 얻는다. '작가&작가'는 한 작가가 자신에게 진정한 '배움의 기회'를 준 다른 작가를 소개하는 코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터뷰를 통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남다른 작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호상근의 '튀어나온 돌과 펜스', 종이 위에 연필, 수채, 색연필, 36.4x25, 2016. /사진제공=호상근

"사소한 풍경도 따지고 보면 너무 재미있는 게 많습니다. 엉뚱한 것도 많아요. ‘사냥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소재를 찾기보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이 같은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현대 미술가인 호상근 작가(32)는 자신이 거리에서 마주한 풍경을 색연필로 그려 전시한다. 어떻게 보면 황당한 일도 있고, 의미를 곱씹게 만드는 장면도 있다.

예컨대 그의 2016년 작, '튀어나온 돌과 펜스'가 그 같은 그림이다. 그가 네이버문화재단의 시각예술 창작지원 프로젝트인 헬로!아티스트에 선정되어,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 선보인 전시명(2인전)과 같다.

그가 아파트 단지를 걷다 마주한 돌을 보고 색연필로 그린 그림이다. 네이버문화재단 신진작가 전시회로 방배동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 열린 전시에서 감상할 수 있다. 아파트 단지를 구획하는 펜스가 바닥의 돌이 위치한 부분만 빼고 설치돼 있는 모습을 묘사했다.

"서로 다른 브랜드의 두 아파트를 나누는 펜스였어요. 돌이 튀어나온 부분만 빼고 펜스가 쳐진 듯한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두 아파트 단지를 나누기 위해 '서둘러' 펜스가 설치된 듯한 모습이었지요."

호상근의 2012년 작인 '지지 않겠다!'(왼쪽)와 '바람만 있으면, 됩니다'. /사진제공=호상근

그는 '브랜드'를 나누기 위해 급하게 설치되는 펜스가 오늘날 세상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을질 무렵 한강변에서 한 할머니가 주머니에서 검은색 손수건을 꺼내 얼굴에 댄 채 달리기를 하는 모습을 그렸다. 햇빛을 가리면서 노을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다.

“지인이 소개해 준 사연이었어요. 어느날 한강변에 갔더니, 검은색 손수건으로 햇볕을 가린 채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며 달리는 할머니를 봤다는 거지요. 조깅과 관련한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는 것 같은 분이셨지요.”

그는 이처럼 오늘날 한국의 ‘사사로운 역사’를 기록하는 일에 관심을 지녔다.

“거창하진 않지만. 시대의 기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사사로운 그림들을 많이 그리려고 해요. 이를 통해 우리 주변의 발견을 통해 이뤄지는 ‘큰 그림’을 찾아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호상근의 '디셈버'전 출품작 설치 전경. /사진제공=호상근

이우성 작가는 호 작가의 그림에 대해 '쌀밥' 같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주변에 흔히 있지만 흘려보내는 재미난 상황들을 사람들에게 따끈따끈하게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준다"며 "그 안에서 발견하는 맛이 사람을 웃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시청각에서 열리고 있는 디셈버(December) 전에 미세먼지로 가득한 남산 타워의 모습들을 그려 전시했다. 튀어나온 돌과 펜스전은 11월 30일, 디셈버전은 12월 4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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