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진로교육엔 무엇이 필요할까?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 2016.10.16 16:08

[여자취준생 칼럼]이재은 여자라이프스쿨 대표

많은 진로교육 전문가들이 여대생
이재은 여자라이프스쿨 대표
특화 진로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여대생이 처한 진로장벽과 취업현실이 다르고 여대생의 진로발달 특성에 차이가 있으며, 여대생이 선호하는 구직방식과 취업형태 또한 남학생과는 상이하기 때문에 여대생 특화 진로교육 프로그램은 이 같은 점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 대학에서 운영하는 진로 및 취업교육은 성인지적 관점의 프로그램 설계와 운영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대학들이 기존 진로취업 프로그램을 여대생에게 그대로 적용시키되 여대생만을 따로 분리해 교육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여대생에게 특화된 진로·취업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실제로 어떤 교육 내용요소들이 포함돼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여학생이니까 외모와 관련된 이미지 메이킹이나 직장에서 필요한 예절교육 같은 수업을 하면 좋아할 것 같아요."
"여대생들은 투철한 직업의식이 부족하니까 적극적으로 진로를 준비할 수 있도록 마인드 강화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자기효능감이나 자존감을 강화시켜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봐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부족하고 진로결정에 소극적인 모습이 자주 나타나거든요."
"글쎄요. 여대생 진로교육 프로그램이 일반 대학생 진로 프로그램과 꼭 달라야하나요?"

사실 여대생 진로교육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기존 프로그램과 완전히 다를 필요는 없다. 진로교육 프로그램이 갖춰야할 공통된 구성요소들이 있는 만큼 여대생 진로교육도 기존 진로교육 프로그램과 유사한 부분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다만 어떤 관점으로 여대생이라고 하는 대상을 바라볼 것인가, 어떻게 여대생이라는 학습자 특성을 교육설계에 반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포함돼야 한다. 이 같은 관점이 녹아있지 않으면 여대생 진로교육은 되려 성편견적인 내용들이 다수 포함될 수 있으며 무늬만 여대생 특화 진로교육일 뿐 제대로 된 교육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여대생에게 특화된 진로·취업교육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우선 여대생이 실제 현장에서 어떠한 요구사항을 가지고 있는지 대한 심층적 요구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얻고자 하는 교육내용은 무엇인지, 어떠한 형태의 교육방법을 원하는지 등에 대한 충분한 요구분석이 선행되어야만 여대생 눈높이에 꼭 맞는 프로그램을 준비할 수 있다.

"대학 와서 교우관계가 원활하지 못했어요.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 진로탐색에 대한 의지도 약해지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이 있긴 한데, 과연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잠재력이 있을까? 쉽사리 스스로를 믿어주기 힘들어요. 그런 불신 때문에 진로결정이 어려워요."
"공대 여대생들은 전공분야로 나가야 취업이 유리하다는 걸 알지만, 또 전공분야에서 여성이 얼마나 차별받고 생존하기 어려운지 알기 때문에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요."
"여자들은 아무래도 더 주변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타인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고 표현하는 게 어려워요. 그런 힘을 키우고 싶고 앞으로 여성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과 전략들을 배우고 싶어요."

여대생 특화 진로교육은 사소해 보이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문제들로 인해 진로설정과 진로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는 다양한 진로장벽들을 찾아내고, 제거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해 나가는 과정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서 여대생들은 낮은 자존감과 자신감 역시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남학생들이 크게 고민하지 않는 문제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슈, 별로 선호하지 않는 진로영역이 여대생에게는 중요하고 흥미롭고 심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제대로 된 여대생의 진로개발을 위해서는 현재 교육적 환경에 대한 검토 역시 필요하다. 예를 들면, 아무리 잘 만들어진 진로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하더라도 여대생의 자존감을 다치게 하는 성차별적 피드백이 교육현장에서 발생한다던가, 여학생의 답변에 충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던가, 전달식 강의수업으로 여대생 스스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지 않게 될 경우 의도와 상관없이 진로설정에 대한 관심을 낮추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남학생과 함께 수업을 들으면 남학생들이 주도권을 갖고 발표를 해요. 교수님도 남자애들을 주로 시키고요. 그런 걸 보면서 정말 여자애들은 역시 경쟁력이 떨어지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여학생들은 면접 볼 때, 너무 소신껏 대답하지 말라고 해요. 괜히 조직에서 튀는 여자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요. 그런 피드백을 받고 있으면, 취업 자체에 대한 의지가 더 꺾이는 것 같아요."

여대생 진로교육에 필요한 교육내용들에 대한 답은 우선 여대생 마음에 숨겨져 있을 것이다. 어떤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어떤 고민을 하며 어떤 도움을 떠올리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듣고 분석해야 필요한 교육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와 함께, 여대생 진로교육 방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애정 어린 고민과 경험지식들이 녹아들 때 무늬만 여대생 진로교육 프로그램이 아닌, 평생의 경력개발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 진로교육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10년 뒤 서른 중반의 여성이 된 여대생들이 신형 냉장고 앞이 아닌, 자신의 꿈 앞에서 "여자라서 행복해요"라는 말을 외칠 수 있는 '진짜' 진로교육 말이다.

◇이재은 대표는…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여성 커리어 카운슬러로 강의, 상담, 집필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과거 페미니즘 매체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했고 현재 여성 커리어교육업체인 여자라이프스쿨을 아담하게 꾸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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