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둘러싼 '불안'을 화폭에 담다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 2016.10.02 07:00

[작가&작가] <18> 작가 '고등어' 거리에서 마주친 男 의 '불안한 시선'에 주목

편집자주 |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갖고 있는 예술가들은 다른 예술가들의 세계를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름은 배움이다. 한 작가는 자신과 다른 예술 세계를 추구하는 또 다른 작가를 보면서 성장과 배움의 기회를 얻는다. 작가&작가는 한 작가가 자신에게 진정한 '배움의 기회'를 준 다른 작가를 소개하는 코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터뷰를 통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남다른 작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현대미술가 고등어의 아크릴화인 '얼굴들'. /사진제공=고등어

현대미술가 ‘고등어’(본명 김다정)는 길가다 마주친 남성을 머리에 담아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린다. 그림은 남성들의 시선을 다룬다. 여성의 얼굴이나 몸을 보는 남성의 눈이다.

그가 종이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최근 그리고 있는 ‘얼굴들’ 연작이 그 같은 작품들이다. 그림엔 불안한 기운이 감돈다. 양쪽 눈의 비대칭이 심한 남성들이 화면 바깥을 쳐다보는 모습이다. 살갗은 뒤틀린 듯 얼굴 표면이 채색돼 있다.

“여성들은 시선의 대상이 되면서 불안함을 느껴요. 그런데 그 여성을 바라본 남성에게서도 불안이 읽힙니다. 한 번 제대로 응시하고 싶지만, 그렇게 못하는 데서 생기는 불안한 시선이지요.”

고등어는 여성으로서 겪는 불안함 뿐 아니라, 남성의 불안까지도 ‘얼굴들’에 담으려 했다. 마치 머리만 몸에서 잘리거나 뽑힌 것처럼 두상 아래는 ‘삭제’됐다. 화면에 남성들의 머리만 두둥실 떠 있다.

“남성이 곁눈질하는 얼굴을 보면 그들의 ‘시선’만 인상에 남아요. 눈이 있는 얼굴을 제외한 다른 부위는 마치 지워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지요.”






현대미술가 고등어의 '올랭피아의 구토'. /사진제공=고등어


대학에서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고등어는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했다. 거식증을 앓던 그가 마음의 안정을 얻을 목적으로 그린 그림을 평단이 주목했다. 블로그에 그림을 공개했던 게 계기다. 그의 그림을 본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의 제안으로 2008년 신예 발굴 기획전인 ‘젊은 모색전’에 참여했다.
고등어가 '올랭피아의 구토' 등 회화와 설치 작업을 함께 선보인 국립현대미술관의 2008 젊은 모색전 전시 전경. /사진제공=고등어


그의 그림을 관통한 키워드는 ‘불안’이다. 그 자신이 거식증을 앓으며 느꼈던 불안함이 묻어난 2008년 작 그림 ‘올랭피아의 구토’ 같은 초기작부터 이 같은 면모가 나타났다. 현대적인 신체나 여성의 욕망 등을 다룬 그림으로 평가받는 에두아르 마네의 명화, 올랭피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작품은 올랭피아 그림 속 여인을 연상시키는 한 여인이 구토하는 모습이다.

안경수 작가는 “고등어는 개인의 경험과 이야기를 특유의 화법으로 화면에 풀어내면서 스토리텔링한다”며 “우울한 정서도 있지만 이를 극복하는 과정도 담긴 작품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등어는 ‘내일’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작품을 구상 중이다. ‘내일의 신체’는 남녀 간 신체 접촉을 담은 그림이나 ‘얼굴들’과 같은 작업들을 한데 묶은 작품이다. 최근 인천아트플랫폼 전시에서 작업 진척 단계인 작품들도 선보였다.

“아직 오지 않은, 하지만 우리가 기다리는 미래의 모습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남녀 간의 신체적인 경험이나 애정 등을 다룬 작품과 부서진 가옥 자재들을 전시장에 세웠지요. ‘얼굴들’ 속 남성은 부서져 쓸모가 없어진 ‘집의 흔적’인 자재를 응시하는 구도로 배치했습니다.”

고등어의 '내일의 신체'. /사진제공=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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