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雜s]구조조정은 외국 회사에? 장·차관도 컨설턴트 앉히자

머니투데이 김준형 부국장 | 2016.05.13 16:55
편집자주 | 40대 남자가 늘어놓는 잡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도 여전히 나도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40대의 다이어리입니다. 얼마 안 있으면 50雜s로 바뀝니다. 계속 쓸 수 있다면...
1+1은 얼마냐고 물었다.

수학선생님:(당연히) 2
경영학박사: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경제학박사:모형상으로는 2인데 변수가 달라지면 결과도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회계사:(커텐을 치더니)원하는 대로 맞춰드리겠습니다.


한물 간 '아재 개그'다.
하지만 엔론사태를 연상케하는 대우조선해양 실적'정정'은 현실 속에선 이 개그가 여전히 진행형임을 보여준다.

개그에 한명 더 등장하는 직군이 있다. 컨설턴트다.

컨설턴트:의뢰인은 얼마라고 생각하시는지 자료부터 좀 주시죠. (한참 시간을 끈 뒤) 상당히 복잡한 상황이고,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지만...(중략)...그럼에도 불구하고 2를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 정답인지 오답인지 책임은 전적으로 질문한 사람이 질 일입니다.

1997년 몰아닥친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글로벌 컨설팅 업체들의 황금어장이 됐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한국 경제 구조조정을 매킨지에 맡기다시피했다. 이헌재 당시 위원장이 매킨지의 30대 새파란 컨설턴트를 불러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모습은 요즘말로 '웃픈' 풍경이었다.
거대 금융기관과 기업, 노동자들의 격렬한 저항을 넘어서야 했던 당국이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을 끌어들여 '차도살인'한 건 어쩔수 없었다고 치자.

20년이 지나 똑같은 광경을 지켜 보면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정부가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 경쟁력 취약 업종 구조조정 방안을 '컨설팅' 회사에 맡기겠다고 했다. 불황으로 일감이 없어 죽을 맛이던 외국계 컨설팅 회사들이 신이 났다. 엊그제는 '수주경쟁'에 나서고 있는 보스턴컨설팅사가 세미나를 열어 대놓고 '마케팅'을 했다.
정부가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 경쟁력 취약 업종 구조조정 방안을 '컨설팅' 회사에 맡기겠다고 했다. 불황으로 일감이 없어 죽을 맛이던 외국계 컨설팅 회사들이 신이 났다. 엊그제는 '수주경쟁'에 나서고 있는 보스턴컨설팅사가 세미나를 열어 대놓고 '마케팅'을 했다.

컨설팅 비용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이 내라고 했다.
도마 위의 생선들이 회칼 살 돈 내는 꼴이다. 정부가 직접 컨설팅을 맡겨서 그대로 따라 하면 통상분쟁 우려가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자기나라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발등의 불이 됐는데 통상분쟁부터 걱정하는 것도 딱하지만, 정부가 업계의 팔목을 비틀어 '쓰리쿠션'으로 컨설팅을 받으면 문제가 없을 거라는 논리도 유치하다.

한 기업체 사장은 "노조나 내부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컨설팅 회사, 그것도 외국 컨설팅회사들의 이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개별 기업 단위의 컨설팅은 그렇다 치자. 구조조정을 당해야 하는 경쟁업체들이 공동으로 돈을 내 컨설팅을 해서 나오는 답이 어떤 모양일까.

컨설턴트 출신 전문 경영인 A씨는 "가장 잘 아는 사람들에게서 자료를 얻어다가, 의뢰인이 원하는 답을 내 주는게 컨설턴트"라고 말한다. '의뢰인'들은 자기에게 최대한 유리한 '답'을 만들기 위해 자료를 들이밀고 로비와 읍소와 협박을 할 것이다.

컨설팅이라는게 아무리 엉터리래도 몇달은 기다려야 할 텐데, 골든타임이 지나간다며 당장 한은에 돈을 달라고 할 때는 언제인가. 한달여 만에 뚝딱 컨설팅에서 구조조정안을 만든다면 그게 얼마나 충실할지도 의문이다.

외국계 컨설턴트들이 후다닥 만들어낼수 있는 구조조정 안을, 눈만 뜨면 노심초사 나라 걱정하는 산업·금융 정책 담당 공무원들은 만들어내지 못할만큼 무능한 걸까. 국회를 설득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름값'을 내고 외국계 컨설팅 업체에 기대는 거라면 무책임의 극치이다.
무능력이건 무책임이건 그런 공무원들을 '공복'으로 믿고 있는 국민들이 처량할 따름이다.

그렇게 따지면 노동개혁에 서비스산업발전에 복지개혁에...컨설팅 받아야 할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럴 바에야, 최소한의 집행 공무원만 놔두고, 장차관이나 주요 정책 책임자들은 컨설팅 회사 사장을 앉히든지, 아니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아웃소싱 하면 정부도 구조조정되고 세금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은 권한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밤잠 못자고 고민해야 하는 자리이다. 그런 책임의 무게를 질 능력이 없거나, 피하고 싶다면 그 자리에들 앉아 있을 자격이 없다.

언제까지 정부의 역할을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떠넘기는 사대주의적 '컨설팅 행정'으로 글로벌 '봉' 노릇을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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