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아침, 당신 상사로부터 편지를 받는다면

머니투데이 신혜선 문화부장 | 2016.04.04 07:32

[MT서재] '프롬 유어 보스'…김정한 서울대 객원교수, 삼성 재직 7년간 '월요편지'로 '사유' 이끌어 내

월요일 아침에 출근해 이메일 박스를 열었을 때, 당신의 '보스'로부터 동보 메일이 와있다면?

인사고과를 책임지는 사람이니 그의 생각을 읽는 게 중요할 수 있고 업무 지침이 포함돼있을 수도 있으니 꼼꼼하게 읽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참 기운도 좋아." 하며 속으로 비아냥거릴지도 모른다.

이 보스는 뭔가 다르다. 특별한 사정(집안 상이나 휴가 등)이 아니면 빠트리지 않고 7년간 편지를 꾸준히 보낸 정성도 그렇지만 내용 측면에서 더 그렇다.

"다 아시다시피 점심 때마다 한분씩 초대하여 점심 식사를 같이 하고, 회사 캠퍼스를 산책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략) 개인의 적성을 상세하게 파악하여 적합한 부서에 잘 배치시키기 위함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이러한 산책이 당사자에게는 평생의 추억이 될 수도 있겠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중략) 그 짧은 시간이 한 사람이 미래를 설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중략) 가능한한 편안하게 점심 산책 면담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만남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라는 제목의 편지는 '인맥의 정의'로 이어진다. 그가 생각하는 인맥은 '자연스러운 좋은 만남을 통해서 만들어진 삶의 추억의 합'이다. 자신과 점심이 직원에게 좋은 추억이 되길, 그래서 좋은 인맥을 맺는 관계로 이어지길 바라는 소원과 더불어 즐거움이 있는 좋은 만남을 만들어 좋은 인맥을 구축하는 한 주를 시작하라는 덕담으로 마무리된다.

주인공은 김정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벤처경영학과 객원교수다. 김 교수는 학교로 옮겨가기 전까지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연구소장(전무)을 맡아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을 이끌었다.

'프롬 유어 보스'는 그가 10년 근무 중 7년을 직원들에게 보낸 월요편지를 엮어 만든 책이다. 책에 담긴 그의 편지를 읽으면 '그가 공학도인가' 싶다. 직원들의 인문학적 소양 함양에 기울인 그에 노력과 사유의 깊이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가끔은 시와 명언을 인용해 '사유'를 이끌어내지만, 어렵거나 실수했던, 즐거웠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다.

'단점을 즐깁시다'라는 편지에서는 단점을 극복하려는 노력보다는, 단점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기를 권한다. 단점이 있음을 아는 것이야말로 발전할 수 있는 축복의 기회라는 것. 물론 자신의 단점을 공개하고 그것 때문에 고민했던 경험을 토대로 한다.

"파도가 섬의 옆구기를/ 자꾸 때려친 흔적이/ 절벽으로 남았는데/ 그것을 절경이라고 말한다./ 거기에 풍란이 꽃을 피우고/ 괭이 갈매기가 새끼를 기른다./ 사람마다의 옆구리께엔 절벽이 있다/ 파도가 할퀴고 간/ 상처의 흔ㅇ적이 가파를수록/ 풍란 매운 향기가 난다./ 너와 내가 섬이다/ 아득한 거리에서 상처의/ 향기로 서로를 부르는" - '섬' 전문, 복효근


복효근 시인의 '섬'을 인용한 이 편지의 제목은 '내면의 절경'이다. 그는 각자 내면에 아름다운 절경을 만드는 일이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용기를 갖고 견디는 힘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내면의 절경이 만들어진 사람이야말로 '아름다운 사람' 혹은 '아름다운 청년'이라고 칭한다. 그리고 묻는다. 어떤 절경을 만들고 싶냐고.

개인적 삶에 대한 사유와 사회인으로서 삶에 대한 사유로 재구성한 편지에 대해 삼성전자의 임원은 그를 "공감하는 동반자"로 칭했다. 신입사원으로 만나 대리가 된 직원은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 (그의) 접근법"을 추억하며 감사를 나타냈다.

그가 미국에서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통해 깨달은 극복방법을 보자. 그는 어려움을 이겨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는 사고'였다고 회고한다. 흔히 사람들은 비움을 말할 때 욕심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는 염려와 두려움도 포함된다고 강조한다. 결국 비움의 사고로부터 배운 것은 '현실을 직시하는 법'. 현실을 직시하는 것은 아프지만, 그 아픔이야말로 아름다운 미래를 안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가 편지에 가장 많이 쓴 단어 '생각'은 '현장'과 '체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의 편지를 그저 '교과서적인' 말로 치부하지 않고 모두가 귀담아 들은 이유다.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하는 제언 6가지

1. 어려움의 본질을 분해하기 바랍니다,
2. 그러기 위해서 현실을 직시하기 바랍니다.
3. 현실을 직시하는 방법은 자기 합리화의 역과정이랍니다.
4. 그리고 그 역과정을 만드는 태도는 자신에게 엄격함이랍니다.
5. 구체적이 역과정의 방법은 본질에 대한 질문이랍니다.
6. 본질에 대한 접근은 아프답니다. 그러나 그 아픔은 여러분의 아름다운 미래를 잉태하고 있답니다.

◇ 프롬 유어 보스 = 김정한 지음. 디뷰북스/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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