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과학]영화 '10월의 하늘'을 현실화하자

머니투데이 이명현 과학저술가·천문학자 | 2015.11.11 19:05

<8>'스푸트니크·아폴로·코스모스 키드'들 오지 마을서 과학기부 릴레이 강연

영화 '옥토버스카이' 포스터
'옥토버 스카이(10월의 하늘)'라는 영화가 있다. 1957년 미국의 어느 탄광촌에 살고 있던 어린 소년 호머 히컴은 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우주과학자의 꿈을 꾸게 되었다. 쇠락해가는 탄광촌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꿈을 품은 소년이 겪는 갈등과 성장과 극복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는 호머 히컴이 쓴 '로켓 보이'라는 제목의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책은 호머 히컴의 회고록이다. 히컴은 꿈을 이루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로켓설계와 우주비행사들의 훈련을 담당하는 우주과학자가 됐다.
스푸트니크호의 성공적인 발사는 미국을 자극했고 미국이 나사를 만들고 과학교육을 혁신하는 자극제가 됐다. 스푸트니크가 호기심 많은 소년 소녀들을 과학자와 엔지니어로 만들어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별과 하늘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품고 있었는데 '아폴로11호'가 달에 착륙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천문학자가 되겠다고 마음 먹었다. 내 또래의 과학자 중 많은 사람이 아폴로11호 이야기를 하곤 한다. '아폴로 키드'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과학자가 되지는 않았지만,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과학자다운 태도로 살고 있는 주변의 지인들도 아폴로11호에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려준다.
'온도계의 철학'이라는 책의 서문에서 과학철학자인 장하석 캠브리지 대학교 석좌교수는 중학교 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고 썼다. 그는 또 그의 가치관과 정치관 같은 세상에 대한 태도를 이 책을 통해 확립했다고 고백한다. 나도 '코스모스'에 진 빚이 많다. 막연하게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천문학자의 꿈을 실현하도록 독려한 책이 바로 '코스모스'였다.

많은 과학자는 자신들의 어린 시절 꿈과 희망을 던져주었던 '스푸트니크'와 '아폴로11호'와 '코스모스'가 있어서 행복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진 빚을 사회로 돌려주고 싶어 한다.

한참 전의 일이다. 친하게 지내던 과학자, 과학저술가, 과학 담당 기자, 도서평론가 열 두서너 명이 의기투합해서 오지를 찾아다니면서 릴레이 강연회를 열었다. 화천이나 서천 같은 작은 마을을 찾아가 토요일과 일요일에 걸쳐서 두 시간 짜리 과학 강연을 열 개 정도 연속으로 진행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첫날 강연이 끝난 후에는 그 지역 분들과 술잔을 기울이면서 과학 이야기를 비롯한 세상의 온갖 이야기를 나눴다.

호머 히컴이 살았던 탄광촌처럼, 소외된 지역에 과학자들이 직접 가서 꿈을 품은 청소년들을 만나자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이었다. 태어나서 과학자를 처음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마음이 짠해지기도 했다.

2010년 10월 30일, 당시 릴레이 과학 강연을 같이 했던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새 일을 벌였다. 전국의 작은 도시의 도서관에서 이날 같은 시간 동시에 '10월의 하늘'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과학 기부강연을 연 것이다. 나도 참여했다. 강연을 준비하는 모든 스텝도 자원봉사자로 구성돼 있는데, 강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행사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면서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가오는 토요일에도 '10월의 하늘' 행사가 열린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꿈을 심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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