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과학]올바른 역사는 노벨상 꿈을 꾸는가

머니투데이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학과 교수 | 2015.10.15 03:00

<7>과학에서 올바른 답은 자유로운 생각으로부터 얻어진다

(왼쪽부터)노벨상, 경기 과천시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직원이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10월은 한국과학자들에게 잔인한 달이다. 노벨상수상자가 발표되기 때문이다. 노벨상은 과학자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다. 이 시기가 되면 일반인들이 과학에 대해 갖는 관심도 최고조에 달한다. 그렇다면 10월은 과학자에게 축제여야 하는데, 우리는 잔치는커녕 초상집 분위기다. 아직 한국인 수상자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본에서 수상자라도 나올라치면 우리의 답답함은 우울증으로 발전한다. 언론도 왜 우리는 노벨상이 없는지 분석하기 바쁘다. 어찌 보면 노벨상에 대한 집착은 우리의 익숙한 자화상이다. 우리는 경쟁교의 신도들이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은 죄악이며, 패배는 지옥불이다.

경쟁에서 이기는 걸로도 충분치 않다. 아이가 학교에서 상을 받아왔을 때, 많은 부모들이 이렇게 물어본다. "몇 명이 참여해서, 몇 명이 받은 거니?" 그래, 우리에게는 정확한 등수가 필요하다. 노벨상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인이 노벨상 경쟁에서 이겨야한다는 거다.

사실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 배출은 의외로 쉬운 일이다.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한 사람을 우리나라 사람으로 귀화시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반칙이라고 할 거다. 그러면 노벨상 수상 가능성 높은 사람들에게 수백억씩 준다고 하면서 국적 변경 로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농담이다. 분명 한국인의 수상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아마도 우리가 진정 바라는 것은 노벨상이 나올 수 있는 과학적인 환경을 갖게 되는 것이리라.

노벨상도 정치적인 거라는 비판이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인 이상, 노벨상에도 분명 정치적인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일본의 노벨상이 정부주도의 치밀한 노력의 결과라는 시각도 있는데, 일부 사실일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만 생각하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연봉이 얼마인지에 집착하는 것과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 정치 이상의 무엇이 있다는 말이다.

마르틴 루터는 코페르니쿠스를 가리켜 "이 바보가 천문학이라는 과학을 통째로 뒤엎어 놓으려 한다. 그러나 성서에 분명히 쓰여 있듯이, 여호와가 멈춰라 하고 명한 것은 태양이지 지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지동설을 지지하는 것은 죽음을 각오해야하는 일이었으리라. 이는 오로지 성경책에 쓰인 한 구절의 권위 때문이었다. 과학은 이런 환경에서 숨을 쉴 수 없다.

과학적 사고의 핵심은 간단하다. 모든 것을 의심하며, 객관적이고 물질적인 증거에만 의존하여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종종 권위에 도전하고 불의에 저항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1933년 5월 10일 독일 나치정권은 독일전역에서 책을 불태웠다. 나치사상에 어긋난다는 판정을 받은 책들이 그 대상이 되었는데, 주로 좌익과 유대인들의 책이었다. 여기에는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마르크스, 카프카 등의 저작들이 포함되었다. 결국 수많은 학자들이 독일을 떠난다. 독일은 이 암흑의 역사를 잊지 않으려고 베를린 베벨광장 바닥에 유리창을 설치해두었다. 여기를 들여다보면 지하에 텅 빈 도서관 서가가 보이는 데, 비어 있어서 오히려 더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국가가 무엇이 올바른 생각인지 결정하려는 사회에서 과학은 아니, 학문은 숨 쉴 수 없다.

최근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단행했다.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나치도 올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책을 불태웠고 제국주의 일본도 올바른 동아시아 건설을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다."라고 말했다. 역사에서 올바른 것이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과학에서 올바른 답은 많은 사람들의 자유로운 생각으로부터 얻어진다. 여기에는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아인슈타인의 미친 생각까지도 포함된다. 만약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정부가 결정하는 거라면, 우리는 지금도 천동설을 믿고 있을지 모른다. 노벨상의 계절인 10월, 노벨상은 이렇게 우리에게서 더 멀어져 간다.


베스트 클릭

  1. 1 '남북정상회담 욕설영상 논란'에 KBS "기자 동석상황 아냐"
  2. 2 "아빠 제사 못지낸대요"…본처 '딸'보다 내연녀 '아들'이라는 법원
  3. 3 감정가 1584만원 땅이 21배 비싸게 팔린 까닭
  4. 4 삼성전자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 안하는 이유
  5. 5 손경식 CJ회장 "남북, 같이 해보자 인식 공유...김정은, 12월 답방한다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