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다툼? 관할핑계? '벤틀리 무법질주' 경찰 초동수사 의문

머니투데이 신현식 기자 | 2015.01.18 05:54

[취재여담]

'벤틀리 난동'으로 물의를 빚은 유정환 전 몽드드 대표(35)가 지난 1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유 전 대표는 지난 10일 오전 8시15분쯤 강남구 도산사거리 인근 도로에서 자신의 벤틀리 승용차를 몰다 4중 추돌사고를 낸 뒤 다른 차량을 훔쳐 달아나다가 또 다시 차량사고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는 현장에서 차량사고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한 뒤 출동한 경찰 앞에서 옷을 벗고 난동을 부린 혐의도 받고 있다. / 사진=뉴스1
'체포 사유가 안된다고요?'

지난 10일 오전 서울 강남에서 '벤틀리 무법질주'를 벌인 유정환 전 몽드드 대표(35)의 사고 동영상을 보니 경찰의 처분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형사소송법상 문제로 체포하지 못했다"는 설명은 부실한 초동대처에 대한 변명으로 느껴졌습니다.

경찰이 밝힌 전모는 이렇습니다. 유씨는 이날 오전 8시15분쯤 강남에서 벤틀리 승용차를 운전하다 차량 3대를 연이어 들이받습니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 아반떼 승용차를 훔쳐 몰고 달아납니다. 오전 8시35분 유씨는 금호터널에서 BMW차량을 들이받습니다. 이후 피해차주와 시비하던 중 폭행을 한 유씨는 서울 중부경찰서에 현행범으로 체포됩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오전 8시40분 아반떼 차주로부터 절도 사건을 접수받고 벤틀리 차량을 조사해 신원을 확인, 유씨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유씨는 중부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했고 강남서 강력팀 형사들이 중부서로 급파됩니다.

두 개 서 관할에 걸친 복잡한 사건. 경찰은 폭행 사건은 중부서에서, 교통사고 사건은 강남서에서 처리하기로 정리합니다.

그런데 경찰은 유씨를 일단 풀어줍니다. 폭행사건만 맡은 중부서는 피해자로부터 '유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말을 듣고 사건이 종결됐다는 이유로 유씨를 석방합니다. 강남서는 유씨의 신원이 확실하고 교통사고는 음주나 중대한 인명피해가 없으면 임의수사가 원칙이라는 이유로 '병원에 가겠다'는 유씨를 보내줬습니다.

중부서의 석방 처분은 석연치 않습니다. 중부서 관계자는 "폭행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 피의자 신분조서도 작성하지 않고 석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중부서는 유씨를 석방하는 시점에서 유씨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운전, 도로교통법상 사고후 미조치, 절도 등의 혐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폭행사건이 절차상 종결됐다고 유씨를 석방하는 것이 옳은 대처였을지 의문이 듭니다.

강남서는 현행범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합니다. 강남서 관계자는 "유씨가 교통사고 현장을 떠나 현행범이 아니었고, 따라서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남서는 현행범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합니다. 강남서 관계자는 "유씨가 교통사고 현장을 떠나 현행범이 아니었고, 따라서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유씨는 금호터널 교통사고 현장에서 체포됐습니다. 훔친 차를 탄 채였습니다. 중부서와 협의해 교통사고 전반을 맡기로 한 강남서입니다. 강남 사고 현장에서 벗어났다고 유씨를 현행범이 아니라고 보는 것은 법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한 것이 아닐까요.

강남서는 긴급체포도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도주우려, 증거인멸 우려가 긴급체포의 요건입니다. 강남서 관계자는 유씨의 신원이 확실하고 신원보증인이 나섰으며 변호사도 수사에 협조를 약속했기 때문에 도주우려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건 직후 유씨는 집으로 귀가하지 않고 호텔에 묵으며 경찰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강남 사고 현장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친 것을 두고 사건 초기부터 마약류 투약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증거인멸의 우려는 정말 없었을까요.

강남서 관계자는 "교통사고의 경우 심각한 인명피해나 음주운전이 아니면 임의수사가 원칙"이라고도 합니다. 유씨가 임의동행해 강남서까지 가지 않아 강제로 수사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당시는 인명피해가 확인되지 않았고, 유씨는 음주 상태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유씨의 혐의는 특가법상 도주차량운전, 도로교통법상 사고후 미조치, 무면허 운전, 절도, 마약류관리법 위반입니다. 대부분이 사건 초기에도 의심 가능했던 혐의들입니다. 유씨의 사건을 단순한 '교통사고'로 인식한 경찰의 판단에도 의문이 생깁니다.

비판의 여론이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 강남서는 지난 14일 유씨를 긴급체포하고, 다음날 구속영장까지 신청했습니다. 경찰은 영장 신청의 이유를 "유씨가 금지약물을 복용한 정황이 객관적 증거를 통해 확인됐고, 출석요구에 불응하는 등 도주우려가 있다는 점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제 체포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되려 합니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는 이제 시작입니다. 수사 과정과 결과를 두고 또다른 불필요한 논란이 없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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