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800만원짜리 '첨단 알바'에 기자도 당했다?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이원광 기자 | 2014.12.14 07:59

[취재여담]최근 5년6개월간 사이버금융사기 피해금액 4027억...낮은 검거율

'검찰청 : 수사협조 통보 j.mp/1BAIHet’

지난 11일 밤 9시36분쯤 기자의 휴대전화에 도착한 문자메시지입니다. 취재원과 술자리 중에도 컴퓨터를 켜고 기사를 쓰는 일이 다반사라 또 그런 일인가 했습니다.

이날 검찰은 통일콘서트로 논란이 된 신은미, 황선씨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땅콩 리턴'으로 세간을 들썩이게 한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을 수사하기 위해 대한항공 본사와 인천공항 내 출장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날이기도 했죠.

검찰 수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차에 검찰청에서 보낸 문자라니 급하게 확인부터 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문자의 링크를 누르니 '검찰청 사건 정보'라는 홈페이지로 연결됐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보기 위해선 첨부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아야 하도록 돼 있더군요.

혹시나 해서 다운받자마자 구글 플레이 서비스라며 '새로운 버전이 출시돼였습니다. 새 버전을 설치하시고 이용해주세요'라는 문구가 떴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맞춤법조차 틀린 문장을 보는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다행히도 휴대전화엔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의 다운로드와 설치가 차단되는 보안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때문에 앱을 설치하도록 유인하기 위한 문구가 3초당 한번 꼴로 계속 떠서 휴대전화 작동 자체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전화나 카카오톡조차 할 수 없게 되자 조바심이 났습니다. 결국 한참을 휴대전화와 씨름하다 보안시스템을 해제해 버렸죠.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앱을 설치했고 알면서도 악성코드에 감염되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부리나케 서비스센터를 찾아가 휴대전화에 설치된 앱을 삭제했습니다. 혹시나 악성코드가 내장메모리에 침투했을 가능성에 대비해 초기화를 하기로 했습니다.


2000개에 가까운 연락처와 메모 등 휴대전화 속 중요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지나 않았을지 걱정이 큽니다. 주변에서는 벌써 평소 거의 오지 않던 피싱 전화가 왔다며 기자를 타박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각종 사이버금융범죄의 신종수법과 매커니즘, 예방법 등에 대해 수십 번이고 기사를 써왔던 기자가 이 같은 일을 당했다는 점입니다.

사이버범죄가 불특정 다수를 향한 조금은 미숙한 수법에서 특정 개인을 상대로 한 보다 맞춤화된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어리숙한 소수의 사람들만 사이버금융범죄의 표적이 되는 건 아닙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최근 5년6개월간 보이스피싱, 파밍, 스미싱 등 인터넷과 모바일을 이용한 사이버금융사기는 신고된 것만 12만여건에 달했습니다.

총 피해금액은 자그마치 4027억원에 달합니다. 피해금액을 시간으로 나누면 대략 '시급 800만원짜리'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전직 경찰 출신부터 조직폭력배, 청년들까지 왜 이렇게 사이버범죄의 늪으로 빠져드는지 알 만한 수치죠.

사이버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단시간 적은 노력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데다 갖가지 첨단수법으로 붙잡힐 가능성도 다른 범죄에 비해 비교적 낮기 때문입니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사이버범죄는 계속해서 늘어나는데 검거율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습니다. 2012년엔 10만8223건이 발생해 8만4932건(78.5%)이 해결됐다면 지난해는 15만5366건이 발생해 8만6105건(55.4%)만 처리됐다고 합니다.

'아차' 하는 사이에 소중한 개인정보가 줄줄이 새나가 사이버금융범죄의 좋은 미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가 어렵습니다. 스스로 조심하고 피해를 입으면 경찰에 신고하는 것 이외에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예금주가 까마득히 모르는 사이에 1억2000여만원이 무단 인출됐던 농협 사태도 흐지부지 잊혀선 안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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