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는 금융당국…글로벌화 힘준다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4.05.16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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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금융강국 코리아]①세계로 뻗는 K금융

편집자주 해외 공항에서 우리나라의 은행 광고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해외 진출 지역마다 '맞춤형 현지화' 전략을 앞세운 금융회사들은 K금융의 영토를 넓혔다. 이제는 넓어진 영토에서 핀테크 기술 등을 앞세워 '디지털 금융 DNA'를 심고 있다. 국경을 넘어 미래로 향하는 K금융의 전략을 취재했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사진제공=뉴스1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사진제공=뉴스1


국내 금융산업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노력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해외 금융사 출자 제한 규제를 풀자 최근 한화생명 (2,805원 ▲45 +1.63%)이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지분투자로 처음으로 해외 은행업에 진출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월 태국 고위급 금융당국자와 만났는데 카카오뱅크의 현지 진출 준비도 순조롭다.

금융당국은 은행을 비롯한 국내 금융산업이 해외에 진출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 중이다. 국내 금융산업은 전 세계 100대 은행에 KB국민·신한·우리 등 6개 주요 은행이 포함될 만큼 성숙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50위권 이내로는 진입하지 못한 채 소폭의 순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정체돼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해선 해외진출을 통한 글로벌화가 필요하다.



금융위는 지난해 3월 김소영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금융 국제화 대응단'을 신설했다. 같은해 7월에는 '금융회사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 방안'을 의결했다. 특히 보험사가 해외 은행을 소유하는 걸 전향적으로 허용했다.

규제 완화의 첫 성과가 한화생명의 해외 은행업 진출이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23일 인도네시아 리포그룹이 보유한 '노부은행' 지분 총 40%를 매입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노부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2조3000억원, 현지 30위권 수준의 중형은행이다. 국내 보험사가 해외 은행업에 진출하는 최초의 사례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K-금융 수출을 위해 직접 발로 뛰는 세일즈맨을 자처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폴란드를 방문해 금융감독청장과 만났다. 기업·우리은행이 폴란드 진출을 위한 인허가 심사를 받는 상황이기에 양국 금융당국 수장의 만남은 의미가 크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지난 2월 싱가포르와 태국을 잇달아 방문했다. 특히 태국에서 중앙은행 총재 등 고위급 금융당국자를 만났다. 김 부위원장은 한국의 가상은행(인터넷전문은행) 관련 추진 경험과 성과를 태국 금융당국에 설명했다. 가상은행 인가 시 한국 금융사의 참여를 허용하면 태국 금융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카카오뱅크 (22,250원 ▲100 +0.45%)가 컨소시엄 형태로 태국 가상은행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오는 8월 태국 중앙은행에 가상은행 인가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약 6개월 심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 사례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은행의 태국 재진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외 금융당국 고위급 인사를 직접 만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며 "태국 등 사례처럼 국내 금융당국이 해외에 가서 '한국의 은행이 괜찮다'고 말해주는 게 현지 감독 당국에 좋은 신호를 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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