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집념, 세계 최대 액화수소플랜트로…"수소 모빌리티 개막"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4.05.0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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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E&S의 수소 생태계 구축/그래픽=윤선정SK E&S의 수소 생태계 구축/그래픽=윤선정


대한민국에 연 3만톤의 액화수소가 쏟아진다. SK의 수소에 대한 집념이 맺은 사실상 첫 결실이다. 그룹의 수소 사업 선봉 격인 SK E&S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블루수소 생산, 수소 유통 및 활용까지 포괄하는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SK E&S는 8일 인천 서구 원창동 아이지이에서 인천 액화수소플랜트 준공식을 개최했다. 아이지이는 SK E&S가 액화수소 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다. 인근 SK인천석유화학의 공정 내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정제 후 냉각해 액화수소를 만든다.



단일 공장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연간 약 3만톤의 액화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수소버스 약 5000대를 1년간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액화수소는 기체수소 대비 부피가 800분의1에 불과하지만 1회 운송량은 10배 수준에 달한다. 대용량 저장·운송에 유리하고, 안전성이 높으며, 충전 속도가 빠르다. 버스·트럭 등 상용차의 수소 전환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액화수소 생산 개시는 본격적인 '수소 모빌리티 시대' 개막을 알리는 격"이라고 평가했다.

SK가 그룹 차원에서 추진해온 수소 사업의 첫 실질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SK는 2020년 12월 수소 사업 진출을 공식선언했다. 청정 에너지를 선점해야 미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계산 하에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룹 내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등 각종 에너지 사업을 하는 SK E&S가 선두에 섰다. 2021년 3월 SK E&S의 액화수소플랜트 구축 계획이 첫 공개됐고, 3년간의 기술 개발 및 생산라인 구축 과정을 거쳐 마침내 액화수소 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SK E&S는 수소 '생산-유통-활용'의 밸류체인을 보다 강화할 계획이다. 액화수소 외에 탄소포집 기술을 적용한 블루수소(연 25만톤) 생산도 추진하고 있다. 호주 바로사 가스전의 '저탄소 LNG'를 들여와 다량의 수소를 만드는 방식이다. 사업의 발목을 잡던 호주 원주민들과의 소송에서 최근 승소한 후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 E&S 인천 액화수소플랜트에서 생산한 액화수소를 실은 액화수소 탱크 트레일러가 이동하고 있다.SK E&S 인천 액화수소플랜트에서 생산한 액화수소를 실은 액화수소 탱크 트레일러가 이동하고 있다.
유통 및 충전 인프라 확충에도 팔을 걷었다. 아이지이는 이날 수소유통전담기관인 한국석유관리원, 효성하이드로젠, 하이창원 등과 '액화수소 수급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액화수소 물량 교환, 보유재고 교류 등에 협력하기 위한 취지다. SK E&S는 자회사 'SK 플러그 하이버스'를 중심으로 전국에 액화수소 충전소 약 40개소 구축을 추진 중이다. 올해 약 20개의 액화수소충전소 운영 개시가 목표다.

활용 부문에서는 수소 버스 공급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수소 버스는 1년에 수소 6.2톤을 소비할 수 있어 승용차(연 150kg) 보다 효율적인 수소 활용 모빌리티로 간주된다. 서울, 부산, 인천 등 전국 주요 지자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수소 버스 도입 계획을 연달아 발표하는 중이다. 올해 중 진행될 2027~2028년 청정수소 발전 입찰에 참여하는 방안 역시 검토하고 있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액화수소플랜트 준공과 관련해 "수소시대의 꿈을 현실로 바꾸는 첫 출발점"이라며 "대한민국 에너지산업사(史)의 흐름을 바꿀 '액화수소 시대'의 원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준공식에는 추 사장을 비롯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정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유정복 인천광역시장,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장용호 SK(주) 대표이사 사장, 윤희성 수출입은행장,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박경국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SK E&S 관계자는 "산업부는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사업 추진을 뒷받침했고, 환경부는 액화수소 충전소 구축을 지원했다"며 "민관 협력이 빛을 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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