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글+커피 사니 13000원…미국인들 "맥도날드·스타벅스 안 가요"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4.05.07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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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등 미국의 대형 식음료 브랜드들이 잇따른 가격 인상 후 소비자 반발에 직면했다. 식료품 지출 한계를 느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팬데믹 후 주요 식음료 업체들이 급격한 가격 인상을 단행한 뒤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 3월말 현재 웬디스·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가격은 2019년에 비해 33% 올랐다.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미국 소비자들은 일상적으로 이용하던 식음료에서 가격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라구나니구엘에 사는 데니스 몬테나로(75)는 최근 맥도날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메뉴인 베이컨과 달걀 베이글과 커피를 주문했다가 9.67달러(약 1만3000원)가 찍힌 영수증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그는 "이제 패스트푸드는 끝이다"라고 다짐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레비뉴매니지먼트솔루션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의 패스트푸드 이용객은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이용객 감소는 기업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맥도날드의 올 1분기 주당 순익은 2.7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2.72달러보다 낮았다. 맥도날드의 한 경영진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지출 억제 분위기가 뚜렷하다"며 "최근 소비 감소세는 놀라울 정도"라고 귀띔했다.



스타벅스 역시 지난달 30일 실적 발표에서 1분기 미국 전체 매장 방문객수가 7% 급감했다고 밝혔다. 동일 매장의 매출은 전년 대비 4% 쪼그라들었다.

캘리포니아주 엘도라도힐스에 사는 변호사 데이비드 마이클(58)은 기존엔 거의 매주 맥도날드를 먹었지만 얼마 전 탄산음료 가격이 1달러에서 1.69달러까지 오른 걸 본 뒤 몇 달째 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도 톨 사이즈 카페모카 가격이 5.25달러까지 오른 뒤 끊었다고 한다. 그는 "솔직히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지만 예전에 비해 거의 두 배나 됐다는 사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했다.

과거엔 외식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주로 슈퍼마켓에서 대안을 찾았다면 최근엔 일부 대형 식료품 업체들의 매출도 동반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WSJ은 짚었다.


오레오로 잘 알려진 몬델리즈의 더크 반더풋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우리 회사를 비롯한 주요 식음료 브랜드 제품 가격이 특정 지점을 넘어섰고 이것이 매출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식료품 가격은 지난 3년 동안 26%나 상승했다. 현재 식료품이 미국 가계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조금이라도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려고 미국인들이 다수의 식료품점을 찾아 다니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누머레이터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평균 20.7곳의 소매점에서 식료품을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4년 전 16.8곳에서 큰 폭 증가한 수치다.

소비자들의 태도 변화에 기업들은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식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는 더 많은 프로모션을 시작하고, 몬델리즈는 가격 할인과 더불어 양을 줄이고 가격을 낮춘 제품을 선보인단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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