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만 무려 '1000억'…파는 족족 걸리는 불법 공매도, 또 적발

글로벌 IB 불법 공매도 중간 조사결과/그래픽=윤선정

불법 공매도 관련 글로벌 IB(투자은행)을 전수 조사 중인 금융감독원이 추가로 7개사의 위반 행위를 적발했다. 이로써 불법 공매도 혐의가 포착된 글로벌 IB는 전수 조사 대상 14개사 중 9개사, 위반금액은 2000억원이 넘는다. 대부분 불공정거래와 연계된 불법 행위는 아니였지만 시장 전반의 관행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14개사 중 9개사 '불법 공매도' 적발…더 늘어날듯

금감원은 6일 글로벌 IB 불법 공매도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글로벌 IB 7개사에 대해 불법 공매도 혐의를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최초 적발한 2개사를 포함하면 총 9개사에 달한다. 9개사의 불법 공매도 규모는 164개 종목, 위반 금액은 2112억원이다. 위반 금액은 공매도 규정을 위반해 주문한 금액을 말한다. 해당 기간은 2021년부터 지난해 11월 초 공매도 금지 직전까지다.

금감원은 지난해 공매도특별조사단을 꾸린 후 국내 공매도 거래 상위 글로벌 IB 14개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 중이다. 14개사 중 절반이 넘는 9개사에서 위반 혐의를 적발했다. 나머지 5개사에 대해서도 조사 진행 중으로, 결과에 따라 적발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 불법 공매도 혐의가 확인된 9개사의 위반 규모 역시 조사 과정에서 더 확대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혐의를 발견한 글로벌 IB 2개사의 위반 금액은 당초 540억원이었으나 조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를 발견하면서 1168억원으로 불어났다. 최초 적발한 2개사에 대해서는 과징금 265억원을 부과하고 검찰 고치를 완료했다.

회사별 위반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1개사의 위반 금액이 1000억원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고, 수억원 수준에 그친 경우도 있었다. 미국계보다는 유럽계 IB에서 적발된 사례가 많았다. 금감원은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등 조치할 방침이다.

글로벌 IB 전수조사 진행상황 /사진=금융감독원

악의적·의도적 아닌 '실수' 라지만…"불법 공매도, 전반적 문제 맞다"

불법 공매도 발생 배경은 우리나라 공매도 법규에 대한 이해 부족, 내부통제 시스템 미비, 담당자 과실 등 사유가 많았다. 불공정거래와 연계된 불법 공매도가 아닌 과실로 인한 무차입 공매도가 대부분이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주요 혐의를 보면 요청 수량보다 적은 주식을 차입하거나 충분한 수량을 차입했다고 잘못 알고 매도 주문을 제출한 경우, 외부 대여나 담보 제공된 처분제한주식에 대해 반환 확정 이전에 매도 주문을 넣어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한 경우다. 잔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차입 수량을 잘못 기재하는 등 대부분 착오 수준의 혐의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이를 되사 시세차익을 얻는 투자 방식인데,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그 자체로 불법이다. 단순 실수라도 모두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미공개 정보 이용 등 불공정 거래와 연계된 불법 공매도라기보다는 잔고 관리 부족으로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다만 잔고 관리 부족이라도 어느 시점에 인지했는지, 인지할 수 있었는데도 계속 매도 주문을 제출했는지 등에 따라 고의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반 금액도 회사별로 편차가 크지만 골고루 적발된 점, 상당한 위반 금액이 확인된 점 등을 보면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는) 전반적인 문제가 맞다고 본다"고 했다.

금감원은 위반 행위가 확인된 글로벌 IB에 대해 재발 방지를 위한 공매도 주문 프로세스, 잔고 관리 방식 개선 등을 요구했다. 이달 중에는 홍콩 주요 글로벌 IB와 현지 간담회를 갖고 한국 공매도 제도와 전산화 시스템 개선 추진 사항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