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이 장중 160엔을 넘어섰다 155엔까지 떨어지며 출렁이는 등 외환시장에서 엔화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로이터=뉴스1
29일 국제 외환시장에서 오전 한 때 달러당 엔화 값은 장중 160엔대까지 급락했다. 엔화 가치가 1달러당 160엔대로 추락한 것은 지난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이날은 장중 시세 격차가 3% 가까이 벌어지는 등 환율이 크게 출렁였다. NHK는 시장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은 일본의 공휴일(쇼와의 날)로 시장 참가자가 워낙 적어 엔화 값이 160엔까지 급격히 떨어졌지만 당국의 개입 경계감에 155엔대까지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달러 대비 일본의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엔화 환율은 오르는) '엔저'는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지난 2022년 3월 달러당 120엔을 넘어서며 시작된 엔저 이슈는 같은 해 4월 130엔, 9월 140엔, 10월 150엔을 기록하며 계속됐다. /로이터=뉴스1
최근 시장에서 일본 금융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60엔 저항선이 뚫린 상황이어서 언제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이 이뤄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해석이 쏟아진다.
다만 일본 정부는 시장 개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시사, 지정학적 위험 가중 등 일본은행이 달러 매도 개입을 공식 선언할 정도로 펀더멘털 요인이 강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엔화가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건 아니다"라며 "엔화 약세가 장기화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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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엔, 158엔, 160엔이 뚫리는 상황에서 이미 개입에 나섰지만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금까지 일본 당국의 행보를 분석해보면 꾸준한 구두개입과 경고를 통해 포석을 깔고 '선개입·후보고' 방식으로 이뤄졌다. 엔·달러 환율이 152엔을 돌파했던 지난 2022년 개입 당시에도 같은 방식이었다. 일본은행은 실개입 이후 "미국과 사전 합의했다"고 밝혔고, 미국도 "보고를 받았다"며 개입 용인을 확인했다.
이날도 160엔을 넘어선 직후 당국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호주 트레이딩 플랫폼 IG 소속 토니 사이카모어 애널리스트는 "일본 금융당국은 외환 거래가 적은 (일본)공휴일에 개입하는 방식을 선호하는데 이날 시장의 움직임은 일본은행의 개입 특징을 모두 갖췄다"며 로이터통신에 사실상 일본은행의 시장 개입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교도통신도 시장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기록적인 엔저가 끝나는 대전제에는 미 연준의 금리 인하가 있다. /AFPBBNews=뉴스1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였던 1985년 플라자합의 때처럼 국제적 공조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미 재무부가 달러화 약세를 위해 시장에 개입할 확률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