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가격 경쟁력 갖추자"…이석희 SK온 사장 '승부수'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4.04.2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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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그래픽=임종철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그래픽=임종철


"배터리 가격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사옥에서 진행된 구성원 대상 타운홀 미팅에서 이같은 취지의 메시지를 중점적으로 강조했다. 이날 미팅에서는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이 "반드시 상장(IPO)에 성공할 것"이라며 큰 틀 차원에서 비전을 밝혔고, 이 사장은 사업적 측면에서 향후 대응 방향을 주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SK온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통한 돌파구 마련의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SK온은 고금리 지속 및 수요정체의 직격탄을 맞아 올해 연간 목표를 '첫 흑자전환'에서 '손익분기점(BEP)'으로 하향조정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온은 올해 2월까지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역성장(-7.1%)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시장은 이 사장이 캐즘(Chasm, 일시적 수요정체) 현상 이후 열릴 시장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완성차 기업들은 2025년을 전후로 중저가 전기차 라인업을 대거 확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물론 포드·폭스바겐과 같은 SK온의 주요 고객사들 역시 3000만원대 이하 전기차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SK온은 리튬·인산·철(LFP), 미드니켈, 코발트 프리 배터리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모두 SK온이 주력으로 삼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보다는 성능이 떨어지지만, 중저가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 SK온은 LFP의 경우 지난해 3월 이미 시제품을 공개했고, 2026년부터는 양산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미드니켈 역시 개발 마무리 단계로 알려졌고, 값비싼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은 코발트 프리 제품의 경우 2025년 이후 상용화가 거론된다.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 /사진=임한별(머니S)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 /사진=임한별(머니S)
중저가 시장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서는 중국 기업들과의 일전이 불가피하다. CATL, BYD와 같은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LFP를 중심으로 시장을 꽉 잡고 있기 때문이다. SK온은 기술력을 앞세워 중국 제품들과 차별화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기존 LFP의 경우 저온에서 주행거리가 50~70% 급감하는 단점이 있다. SK온은 이를 보완한 '윈터 프로' LFP 배터리를 선보였다. 기존 제품보다 에너지 밀도를 19% 높이고, 충·방전 용량을 각각 16%, 10%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석희 사장은 지난 3월 "중국이 LFP 배터리를 먼저 했지만, 북미 지역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NCM 파우치형에 대한 의존도가 워낙 높다는 게 SK온의 약점이었다"며 "가격 경쟁력을 갖춘 배터리를 통해 이같은 약점을 개선하면서, 동시에 점유율 및 고객사 역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SK온의 경우 LFP 및 미드니켈 배터리가 출시되기 전까지는 생산라인 효율화와 같은 방식을 통해 실적 회복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서산공장에서는 현대차가 연내 출시할 예정인 '아이오닉9'에 납품할 배터리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향 배터리를 만들던 SK온의 미국 조지아 2공장 시설을 현대차용으로 전환하는 방안 역시 거론되고 있다. 포드의 전기차 판매 급감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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