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음극재 시대 개막…전기차 캐즘 돌파구 찾는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4.04.2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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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그룹이 이차전지용 실리콘 음극재 공장을 준공했다. 이에 따라 기존 흑연 음극재보다 에너지 밀도를 대폭 끌어올린 실리콘 음극재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배터리 업계에선 전기차 시장 캐즘(Chasm : 일시적 수요 정체) 돌파의 계기가 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실리콘 음극재 적용이 확산되면 전기차 대중화의 최대 걸림돌인 충전시간과 주행거리 문제를 극복할 수 있어서다.

포스코홀딩스의 100% 자회사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지난 19일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에 연산 550톤 규모 실리콘음극재(SiOx: 실리콘 산화) 공장을 준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에 준공한 설비는 전체 생산라인 중 하공정(실리콘 합성물을 코팅하는 공정)에 해당한다.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고객사의 실리콘 음극재 공급 요구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조기 가동체제를 갖췄다. 연산 550톤은 전기차 27만 50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포스코그룹은 음극재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증가하는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22년 7월 실리콘음극재 기술 스타트업인 테라테크노스를 인수하고 포스코실리콘솔루션으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지난해 4월 실리콘음극재 공장을 착공했다.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오는 9월 상공정(실리콘 입자에 산화물계 실리콘 등을 합성하는 공정)을 포함해 공장을 종합 준공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연산 2만 5000톤의 실리콘음극재 생산 체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의 실리콘 산화물계 음극제 외에 실리콘 탄소복합체(SiC) 음극재도 생산할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번 달 말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에 위치한 실리콘 탄소복합체 음극재 데모플랜트의 가동을 시작해 고객사별 실리콘음극재 수요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배터리 관련업계에선 이번 공장 준공을 기점으로 실리콘 음극재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고 본다. 국내에선 포스코 외에도 SK와 롯데 등이 실리콘 음극재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실리콘음극재는 현재 리튬이온전지에 대부분 적용되는 흑연음극재보다 에너지밀도를 4배 가량 높일 수 있어 전기차 주행거리 향상 및 충전시간 단축이 가능하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실리콘음극재 시장 규모는 현재 약 1만톤 수준에서 2035년 약 28만 5000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충전시간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실리콘 음극재의 실리콘 함량이 10%를 넘어서면 30분 이상 걸리는 전기차 충전시간이 5분으로 줄어들 것으로 본다. 현재 양산되는 제품의 실리콘 함량은 5%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며 함량을 높인 양산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실리콘 음극재 양산체제 확보로 전기차 밸류체인 전반이 직면한 '캐즘' 문제를 풀어갈 발판이 마련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가 둔화되기 시작하며 시장 전반이 대중화의 문턱에서 성장 동력을 소진한 캐즘 국면에 진입했다. 긴 충전시간과 짧은 주행거리 등 전기차의 기술적 한계가 캐즘의 원인으로 지목됐는데, 실리콘 음극재 적용 확대를 통해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면 추가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게 업계 관측이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리튬, 니켈 등 이차전지소재 원료 사업과 양·음극재 사업은 물론, 실리콘음극재, 리튬메탈음극재, 고체전해질 등 차세대 이차전지소재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키워 이차전지소재 풀 밸류체인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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