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검색 후 사라진 딸 찾아주세요"…18년 미제사건 다시 펼친다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24.04.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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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전 실종된 이윤희씨 사진/사진=뉴스1, KBS 시사기획창 방송화면 캡처18년전 실종된 이윤희씨 사진/사진=뉴스1, KBS 시사기획창 방송화면 캡처


18년 전인 2006년 6월 6일,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4학년이었던 이윤희(1978년생) 씨가 사라졌다.

이 씨는 실종 전날 교수, 학과생들과 종강 총회를 한 후 새벽 2시30분경 자취방으로 귀가했는데 그 이후로 현재까지 실종 상태다. 일명 '전북대 수의대 이윤희 씨 실종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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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의 사건은 지금까지도 미제로 남아있다. 이 씨가 귀가 직후 △인터넷으로 '112', '성추행'이라는 단어를 3분간 검색한 점△실종 사흘 전 오토바이 날치기에게 휴대폰과 신분증이 든 가방을 강도당한 점 △실종 나흘 후 서울시 여의도 모 호텔에서 누군가 이윤희 계정으로 인터넷에 접속한 점 등이 의구심을 낳지만, 경찰은 이 중 하나도 속 시원히 해명하지 못했다.



특히 실종 직후 친구들이 경찰의 허락을 받고 이씨가 머무르던 원룸을 대청소해 사실상 범죄의 증거가 사라진 것 등에서 경찰의 초동대응 부실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방을 치운 이들 중 유력한 용의자가 있을 것이라는 가설도 지속 제기됐다. 실제 이씨를 짝사랑하던 김 모 씨가 방을 치운 이들 사이에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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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최근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18년 전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아버지 이동세씨(87)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재수사를 촉구했기 때문이다.

뉴스1 등에 따르면 그는 전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저는) 더 이상 딸을 기다릴 기력조차 없는 노인이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딸을 찾기 위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전주덕진경찰서와 전북경찰청은 이윤희 실종 사건과 관련된 10대 의혹을 해명하고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한 요구에 적극 임해달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이 씨의 아내 송화자 씨(84)도 함께했다.

지난 2006년 실종된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4학년 이윤희 씨 가족이 16일 전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북대 수의대 여대생 실종사건'으로 불렸던 이 사건은 당시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었다.사진은 아버지 이동세 씨(87)와 어머니 송화자 씨(84)./사진=뉴스1지난 2006년 실종된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4학년 이윤희 씨 가족이 16일 전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북대 수의대 여대생 실종사건'으로 불렸던 이 사건은 당시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었다.사진은 아버지 이동세 씨(87)와 어머니 송화자 씨(84)./사진=뉴스1

부부는 경찰의 미흡한 초동수사에 딸의 장기 실종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씨 가족들은 "이윤희가 학교에서 보이지 않자 친구와 이 씨의 둘째 언니는 지구대로 향해 가출인 발생 보고서를 작성했고, 남은 친구들은 원룸의 청소를 했다"며 "경찰이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아 남아있을 수 있던 증거들이 사라져버리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이윤희는 사건 발생 전 2006년 6월 3일 오전 12시 50분께 과외를 마치고 원룸으로 돌아오던 길에 오토바이를 탄 날치기범에 의해 휴대전화가 들어있는 가방을 날치기당했다"며 "실종 이후인 6월 9일 오후 4시14분께 누군가가 이윤희 휴대전화로 발신한 내역이 있다. 이에 대한 경찰의 답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윤희 컴퓨터 사설 포렌식 결과 누군가 임의로 기록을 삭제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와 관련 가족은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전북경찰청장과 전주덕진경찰서장을 전주지검에 직무 유기 혐의로 고소했다. 삭제된 컴퓨터 기록과 관련해 수사 경찰들의 '실수'에 대한 경위를 밝혀달라는 고소장도 접수한 바 있다.

경찰도 자료 재검토 나서... 미제사건 풀릴까
이날 가족들의 기자회견 이후 경찰도 과거 사건기록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장기 미제 수사팀에서 수사재료 재검토와 함께 당시 수사한 경찰들을 대상으로 사건 확인 작업도 나선다.

전북경찰청은 "당시 다방면의 수사기법으로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들을 조사했지만, 용의자를 추리지 못했다. 지금 현장을 찾아가도 새로운 자료가 없어 현재 보유한 수사자료를 최대한 꼼꼼하게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최근 수사기법이 발전하면서 미제사건들이 풀리고 있어서 기대감을 모은다.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10대 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10여 명을 성폭행·살해한 화성 연쇄살인사건도 2019년 사건 증거물에서 나온 DNA가 수감 중이던 이춘재의 것과 일치하는 것을 발견, 수십 년 만에 장기 미제 사건이 풀렸다. 사건 공식 명칭도 진범의 이름을 붙인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으로 변경됐다.
화성연쇄살인사건용의자 이춘재 고교졸업 사진 [한국일보제공]화성연쇄살인사건용의자 이춘재 고교졸업 사진 [한국일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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