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자랑, 이제 촌스럽죠"…감추니 매출 폭발한 이 브랜드

머니투데이 하수민 기자 2024.04.0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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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명 안 보이는 조용한 럭셔리 트렌드 유행에…가성비 높은 SPA 선호도↑

서울의 한 유니클로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서울의 한 유니클로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패션업계 전반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가성비를 앞세운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브랜드 로고를 드러내지 않는 미니멀리즘, 조용한 럭셔리 트렌드가 함께 맞물리면서 사람들이 SPA 브랜드에서 지갑을 열게 된 것.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PA 브랜드 유니클로 올해 매출이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FRL코리아(에프알엘코리아)의 2022 회계연도(2022년 9월~2023년 8월) 매출은 9219억원으로, 전년 대비 30.8% 증가했다.



SPA 브랜드는 한 브랜드에서 기획·디자인, 생산·제조부터 유통·판매까지 모두 담당하는 것을 말한다. 중간 유통 비용이 없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의류를 판매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국내 SPA 브랜드들의 매출 성장세도 눈에 띈다. 신성통상의 탑텐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5% 신장한 9000억원으로, 올해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말 690개였던 전국 매장을 올해 730개까지 늘릴 방침이다.



삼성물산 패션브랜드 에잇세컨즈도 지난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3000억원의 매출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에잇세컨즈의 매출 증가율은 삼성물산 패션 부문 전체 매출 증가율(2.5%)의 네 배가 넘는 수준이다.

SPA브랜드들의 매출액이 늘자 이에 맞춰 패션 플랫폼도 관련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카카오 스타일이 운영하는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는 스파오, 미쏘 등 국내 SPA 브랜드를 입점시켜 매출 성장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지그재그 플랫폼 내 스파 제품 거래액은 전년 대비 약 2배(109%) 증가했다.

이커머스 업계도 SPA브랜드 유치에 적극적이다. 위메프는 지난 1월부터 초저가 패션관 '99샵'을 신설해 패션과 잡화 상품 600여 개를 1만원 이하에 선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올드머니 룩보다 더 단정한 스타일의 미니멀 룩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SPA 브랜드의 인기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로고를 앞으로 내세우는 브랜드 시대가 끝나가고 간결한 디자인으로 정체성을 은근하게 드러내는 조용한 럭셔리 브랜드들이 요즘 주목받고 있다"면서 "베이직한 디자인에 뛰어난 가성비까지 챙길 수 있는 SPA 브랜드의 선호도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소비자들은 SPA 브랜드에서 한 번 소비할 때마다 9만원가량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9월 21일부터 10월 10일까지 5개 SPA 브랜드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1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SPA 연평균 구입 횟수는 8.8회, 1회 평균 구입 금액은 8만 7842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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