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따지던 시장에 '침대없는 광고'로 충격...1위 시몬스의 팬덤전략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4.04.0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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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업계 1위 경쟁/그래픽=조수아침대업계 1위 경쟁/그래픽=조수아


경기도 이천의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에 들어선 테라스 스토어 모습 경기도 이천의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에 들어선 테라스 스토어 모습
시몬스가 62년간 침대시장 1위를 지킨 에이스침대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로 올라섰다. 낡은 이미지의 침대업계에서 밝고 신선한 이미지를 구축한 시몬스의 차별화 전략이 1위 등극의 비결이라는 평가다.

2일 침대업계에 따르면 시몬스는 지난해 매출 3138억원을 기록해 3064억원을 기록한 에이스침대를 넘어섰다. 에이스침대가 3462억원에서 11% 이상 감소하는 동안 시몬스는 2858억원에서 10% 증가하면서다.



그동안 시몬스는 에이스침대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다. 한국 침대업계 선구자인 고 안유수 회장이 2001년 장남인 안성호 사장에 에이스침대를, 차남인 안정호 사장에 시몬스를 각각 넘겨줬는데, 당시 매출이 5배 차이가 났다. 당시 시몬스는 매출 200억원대에 불과한 중소 브랜드였다.

동일업종에서 형제가 경쟁하는 이례적인 상황은 시몬스가 급성장하면서 표면화됐다. 2010년 795억원이었던 매출은 2013년 처음 1000억원을 돌파했고, 2019년에는 2000억원을 넘어서며 간극을 좁혔다. 특히 2017년 두 회사의 매출 차이가 110억원밖에 나지 않자 침대의 왕좌가 바뀌는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에이스는 늘 한발 먼저 2000억, 3000억 고지를 도달하며 치고나갔다. 실적 시즌이 되면 매번 '형만한 아우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2019년 시몬스 캠페인 광고 캡쳐, 삽입곡 마틴 게릭스(Martin Garrix)의 'Summer days'와 함께 점차 'SIMMONS'라는 이미지만 부각된다./이미지=유튜브  2019년 시몬스 캠페인 광고 캡쳐, 삽입곡 마틴 게릭스(Martin Garrix)의 'Summer days'와 함께 점차 'SIMMONS'라는 이미지만 부각된다./이미지=유튜브
그런 시몬스가 1992년 한국 법인이 만들어진 이후 처음으로 침대업계 1위에 올라선 배경에는 기존 침대업계의 낡은 이미지를 과감하게 탈피한 것이 주효했다. 소비자들로부터 시몬스를 차별화시킨 대표적인 이미지메이킹 전략은 '침대없는 침대광고'였다. 특히 'SIMMONS' 글자만 등장해 충격을 줬던 2019년 브랜드 광고는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브랜드 정체성까지 확고하게 자리잡게 했다. 이후 '매너가 편안함을 만든다', '하품 플레이',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 등 침대를 등장시키지 않는 광고로 MZ세대의 호감도를 끌어올렸다.

신선하고 독보적인 브랜딩 전략은 온오프라인으로도 확장됐다. 2020년 철물점 콘셉트의 팝업스토어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와, 2021년 식료품점 콘셉트의 '시몬스 그러서리 스토어' 등은 시몬스 팬덤 구축에 한 몫을 했다. 이들 매장에는 침대 대신 '삽겹살 모양 수세미'같은 이색 굿즈를 판매하는데 최저 1000원짜리 상품으로 1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기간 시몬스의 매출은 2019년 2037억원에서 2021년 3053억원으로 급성장했다. 또 '좋은 콘텐츠는 나눌수록 좋다'는 취지의 신개념 ESG 채널 '시몬스 스튜디오', 경기도 이천의 랜드마크로 발돋움한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 등도 브랜드 팬덤 구축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시몬스가 경쟁 브랜드와의 또 다른 차별점은 이로운 기업이라는 메시지를 계속 노출시킨다는 점이다. 매트리스가 화재로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는 것에 착안해 불에 잘 타지 않는 매트리스를 개발하고, 공익 차원에서 지난 1월 제조공법 관련 특허를 완전 공개한 것이 그런 예다. "이윤 추구 이전에 기업의 목적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이윤이 창출되면 다시 세상을 위한 활동에 투자하는 선순환을 지향한다"는 안 대표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단이라는게 시몬스의 설명이다. 이 외에도 '뷰티레스트 1925' 침대 가격의 5%를 소아청소년과 병원 기금으로 적립하고, 국내 첫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은 비건인증 매트리스를 출시하는 등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 만들어왔다.


기존 리빙 브랜드들이 가구 골목을 주 무대로 행해 오던 대리점 납품 방식의 'B2B' 대신 2019년부터 소비자의 브랜드 경험을 중시하는 'D2C'(Direct to Customer)로 전환한 것도 효과를 봤다. 일례로 기존 매장을 인테리어, 진열제품, 홍보 등 관련비용 100%를 시몬스 본사가 부담하는 프리미엄 상권 입점 매장 '시몬스 맨션'으로 전환시켰다. 이 외에도 초장기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 '시몬스 페이', 1000만원 넘는 초 프리미엄 침대 '뷰티레스트 블랙'의 시장 안착 등이 시몬스를 1위로 끌어올린 성공사례로 평가받는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와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와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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