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못 잃어'…네덜란드, 인프라 개선에 3.7조원 특급 지원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4.03.3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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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네덜란드 정부가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회사 ASML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3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ASML이 정부의 반이민 정책을 이유로 숙련 인력 확보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겠다고 하자 서둘러 대응에 나선 것이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ASML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한 이른바 '베토벤 작전'의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ASML 본사가 있는 펠트호번 인근 에인트호번 지역의 도로 및 교통망을 확대하고 전력 공급을 늘리며 기술 및 직업 훈련을 제공하고 주택을 건설하는 데 25억유로(약 3조7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내용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교통 및 생활 환경 개선, 교육 지원이 이뤄지면 ASML이 이곳에서 사업을 유지하고 인재를 유치하는 데 좋은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미키 아드리안센스 네덜란드 경제장관은 "ASML은 우리의 메시이자 팀을 하나로 만드는 스타 플레이어"라고 치켜세웠다. 네덜란드 경제에서 ASML의 역할이 세계 최고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에 맞먹을 정도로 중요하단 얘기다. ASML은 최첨단 반도체 제조를 위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회사로 글로벌 반도체업계에서 '슈퍼을'로 통한다. 네덜란드가 글로벌 반도체 강국으로 거론되는 것 역시 ASML의 후광 덕이다.



그러나 ASML은 지난해 총선에서 승리한 극우 자유당(PVV)이 고숙련 이주 노동자에 대한 세금 감면을 폐지하는 등 반이민 정책을 추진하자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불만을 표하며 본사 이전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이곳에서 사람을 구할 수 없다면 다른 곳에서 구하는 건 당연한 얘기"라며 "네덜란드가 문을 닫는다면 그에 대한 결과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ASML은 네덜란드 정부가 에인트호번을 기술 허브로 키우기 위한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ASML은 전 세계적으로 4만2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데 그중 약 절반이 본사 산업단지에서 근무한다. 펠트호번 인근은 ASML뿐 아니라 필립스 등 다른 기술 기업들이 입주해 네덜란드의 '실리콘 밸리'로 불린다.

ASML은 정부의 이번 지원 결정을 환영했다. ASML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지원되는 한 네덜란드에서 확장 계획의 상당 부분을 달성하고자 한다"면서 "의회의 지지를 받는다면 유리한 사업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ASML은 "우리에게 남은 결정은 우리가 머물지 여부가 아니라 어디에서 성장할지 여부"라면서 해외 확장을 검토하겠단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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