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은 당시 유럽에서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던 전쟁을 종식시키거나 적어도 완화시킬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고, 지지자들의 요구에 공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한 답변에서 그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무기 판매는 너무나 많은 곳에서 진행되고 있고, 제 권한이 명백할 정도로 부족해, 저는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길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이를 2023년 12월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장관의 발언과 대조해 보자. 미 상무부는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기업이 인공지능과 같은 핵심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발전을 돕는 걸 막기 위한 수출 통제를 설계해 왔다. 레이몬도 장관은 이러한 통제를 교묘하게 우회하려는 미국 기업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했다.
윌슨과 레이몬도의 발언 사이의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일어난 변화는 심오한 것이다. 그러나 그 세월 동안에도 국가안보와 외교정책이 가끔 미국 재계를 침범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거의 모든 경영자들은 지정학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던 탈냉전 세계에서 국가적 이해관계가 개방시장 및 무역 확대와 상충될 수 있다는 생각은 미국의 경영자들에게 낯선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지정학을 뒤흔든 변화는 미국 전역의 C레벨에 영향을 미쳤다. 500명의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최근 설문에서 지정학은 2024년 세계경제와 시장에 가장 큰 위험으로 꼽혔다. 이러한 우려는 부분적으로는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계속되는 전쟁, 대만 해협에서의 위기 우려 등 세계적 분쟁의 가속화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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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업을 지정학적 무대의 행위자로 만드는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가 지정학적 목적 달성을 위해 경제제재와 산업정책에 의존함에 따라 기업들은 점점 더 외교정책의 대상이자 도구가 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우선으로 삼는 외교정책 중 일부, 예를 들어 회복탄력성 있는 청정에너지 공급망의 장려나 중국의 기술발전 속도 늦추기 등은 수천 개의 개별 기업에 의존한다. 이들의 이해관계는 미 정부와 항상 일치하지는 않으며 기업들은 종종 공공부문보다 정보에서 우위에 있다.
이는 일부 정책가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들은 지정학적 의사결정의 운전석에 앉는 것에 익숙하지, 조수석에 앉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연방정부의 궁극적인 역할이 미국의 국익을 판단하고 보호하는 것임을 감안할 때 관리들은 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해야 한다. 민간 부문과의 제도화된 협의, 산업 전문성에 대한 재정 지원, 더 나은 경제 정보 등이 좋은 첫걸음이 될 것이다.
보다 깊은 차원에서는, 정책가들은 민간 부문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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