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사업' 조정하는 SK이노…SK온 '조속한 상장' 위해 달린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박미리 기자 2024.03.2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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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SK이노베이션 박상규 총괄사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개최된 'SK이노베이션 제1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SK이노베이션 박상규 총괄사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개최된 'SK이노베이션 제1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그동안 추진해온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의 조정에 나선다. 동시에 SK온의 성공적 상장이라는 목표 달성까지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2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진행된 주주총회를 통해 "올해 점증하는 대외 환경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전체 사업영역의 전면적인 체질 개선으로 기회를 모색하겠다"며 "내실 다지기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그동안 추구해온 '카본 투 그린(친환경 자산 70% 달성)' 전략에 대한 재검토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추진해온 친환경 사업의 경우 양적인 확장에는 성공했지만, 당장의 '수익'적 측면에서 만족하기 어려웠던 영향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까지의 성과 △앞으로의 전망 △수익성 △경쟁력 △리스크 등의 관점에서 그린 사업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강동수 전략재무부문장은 "'카본 투 그린'이라는 방향성은 유지하되, 속도와 분야 그리고 규모에 대해서는 재점검할 것"이라며 "효율성의 관점에서 전체적인 전략 방향을 들여다보고, 경쟁력 강화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사업에 대한 일종의 속도조절에 나서는 상황에서도, 동시에 배터리 자회사 SK온에 대한 전폭적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강 부문장은 "배터리 설비 투자 등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인 리소스 플랜을 수립하고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온은 올해만 7조5000억원 수준의 설비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북미 등을 중심으로 공장 건설이 이어지고 있어 이같은 추세는 수 년간 지속될 게 유력하다.
SK온의 설비투자 규모/그래픽=조수아SK온의 설비투자 규모/그래픽=조수아
SK온의 경우 올 하반기 흑자전환을 하고,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후, 2026년까지 IPO(기업공개)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까지 수주잔고가 400조원 대에 달하는 만큼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생산능력의 경우 지난해 88GWh(기가와트시)에서, 올해 말 152GWh를 거쳐, 내년 이후 280GWh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적시에 투자가 이뤄지고, 미국 금리인하 등 외부 변수만 뒷받침된다면 경영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게 SK이노베이션 측의 생각이다.

김준 부회장은 "SK온의 가치를 시장에서 가장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약속한 IPO 시점이 2026년 말인데, 상황에 따라서 1~2년 정도는 투자자들과 협의해 상장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며 "아무리 늦어도 2028년에는 상장해야 하겠지만, 그 이전이라도 시장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면 조속히 IPO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배터리 업계는 김 부회장이 낸 메시지의 핵심이 '2028년'이 아니라 '조속한 IPO'에 있다고 본다.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지 않는 이상 2026년이라는 상장 시점을 지키겠다는 뜻에 가깝다는 것이다.

강 부문장은 SK이노베이션이 여타 이차전지 소재 계열사 매각을 검토하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 "검토한 바도, 결정한 바도 없다"고 부인했다. 아울러 "SK온에 대규모 설비투자 자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SK온의 이석희 사장은 "미국 합작사 가동 시작 및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질적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했고, 최영찬 최고관리책임자 사장은 "기술은 (경쟁사 대비) 우리가 제일 낫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이날 주총과 이사회를 통해 2017년부터 SK이노베이션을 이끌어온 김준 부회장은 박상규 총괄사장에게 대표이사 직을 넘겨줬다. 박 사장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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