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영화표·껌값에 '숨은' 세금 2조↓…규제 263개도 유예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박광범 기자, 세종=유재희 기자, 박종진 기자, 김훈남 기자 2024.03.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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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그래픽=이지혜


정부가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등 18개 부담금을 폐지한다. 국제교류기여금 등 14개 부담금은 감면한다. 2002년 부담금 관리체계 도입 이후 대규모 정비가 이뤄지는 건 처음이다. 부담금 구조조정으로 연간 2조원의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부담금은 특정한 공익사업을 위해 부과하는 세금 외의 금전지급 의무다. 분담금, 부과금, 기여금 등의 이름이 붙는다. 현재 운영되는 부담금은 총 91개다.



윤석열 대통령은 "세계 교역과 반도체 경기 회복으로 올해 들어 수출이 전년 동일자 대비 일평균 11% 증가하고 고용률은 25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1분기 외국인 직접 투자도 이미 지난 3월25일에 60억불로 이미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경기 회복세가 민생 경제 전반으로 빠르게 퍼지게 국민 부담을 덜어드리고 소득을 증가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부담금은 말 그대로 국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국민들이 알지 못하고 내는 부담금도 많았다. '준조세', '그림자 조세'라는 별칭이 생긴 이유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자유로운 경제 의지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부담금은 과감하게 없애 나가야 한다"며 부담금 개편을 지시했다.



사라지는 부담금은 18개다.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담금이 대표적이다. 영화관 입장료에는 3%의 부과금이 붙는데 이를 없앤다. 영화관 입장권이 약 1만50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50원 정도의 부담이 사라진다. 정부는 입장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업계와 협의 중이다.

학교 용지 확보를 위해 100세대 이상 규모의 아파트와 단독주택용 토지에 부과하는 학교용지부담금도 사라진다. 연초 경작지원 등의 사업을 위한 출연금, 수질개선부담금, 광물 수입부과금 및 판매부과금, 수산자원조성금 등도 폐지 대상이다.

부담금 정비 결과 개요/그래픽=이지혜부담금 정비 결과 개요/그래픽=이지혜
감면 조치에 나서는 부담금은 14개다. 감면되는 부담금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이다. 정부는 전력사업의 발전과 기반조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요금의 3.7%를 사용자들에게 부과했다. 징수된 금액만 2022년 기준 2조3784억원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은 요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한다. 올해 7월에는 3.2%로, 내년 7월에는 2.7%로 내린다. 내려간 요율만큼 전기요금을 덜 낸다. 정부는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연간 평균 8000원 정도의 전기요금 감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경감되는 전체 부담금 규모는 약 9000억이다.

항공요금에 포함된 출국납부금은 1만1000원에서 7000원으로 인하한다. 현재 만 2세 미만인 출국납부금 면제대상은 만 12세 미만으로 확대한다. 여권을 발급할 때 납부하는 국제교류기여금은 복수여권의 경우 3000원 인하한다. 단수여권과 여행증명서는 기여금을 면제한다.

개발사업 시행자에게 개발이익의 일정 비율로 부과하는 개발부담금은 올해 한시적으로 수도권 50%, 비수도권 100% 감면한다. 농지전용허가를 받을 때 부과하는 농지보전부담금은 비농업진흥지역에 한해 부과요율을 개별공시지가 30%에서 20%로 인하한다.

이 밖에 천연가스(LNG) 수입부과금을 30% 수준으로 인하하고, 자동차보험료에 포함되는 자동차사고 피해지원분담금도 50% 깎는다. 이를 통해 가스요금과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유도한다. 경유차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환경개선부담금 역시 50% 인하한다. 껌 제조사에 판매가의 1.8%를 부과하는 폐기물부담금도 폐지 수순을 밟는다.

정부는 부담금 폐지와 더불어 '민생경제 활력제고를 위한 제1차 한시적 규제유예 방안'을 발표하고 △투자·창업 △생활규제 △중소상공인 활력 △경영부담 경감 등 4개 분야 규제 263건에 대해 원칙적으로 2년간 규제를 유예하기로 했다.

경기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 대한 건축물 고도제한을 150m(미터)까지 완화하고 비사업용 승용차 최초 검사기간을 4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방안등이 담겼다.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공급하는 행복주택 주거기간도 10년(유자녀시 4년추가)으로 늘리고 근무지를 이탈한 외국인력 소재 불명신고시 비자발급 제한을 면제해주는 규제 유예 등이 담겼다.

윤 대통령은 "정책 목적이 있어 당장 폐지는 어렵지만 규제 적용 유예 과정에서 부작용이 없으면 폐지할 건 폐지하고 손 볼 것은 개선하겠다"며 "우선 기업의 투자와 성장을 가로막는 입지와 시설 규제를 속히 걷어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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