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당 '152엔' 무너지나… 엔화 34년 만에 최저 수준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4.03.2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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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투기 탓" 이상현상 경고 불구 시장 '엔저'에 베팅

 지난달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엔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달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엔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27일 일본 엔화 약세가 급속히 진행되며 달러 당 152엔 돌파를 코 앞에 뒀다. 약 34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당국이 엔화 약세가 투기에 따른 이상 현상이라고 경고했는데도 시장이 엔화 약세에 베팅하고 있는 것.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엔화가 한때 151.94엔까지 추락했다. 1990년 7월 이래 최저(엔화 약세, 달러 강세) 수준이다. 앞서 지난 19일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해제하기 전 엔화는 달러 당 149엔 전반에 거래됐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 통상 해당 화폐 가치가 상승하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완화적' 금융 환경에 방점을 둔데다 지난 20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면서 엔 매도가 가속화됐다.

엔화 가치가 급락하자 일본 금융 당국은 연일 개입 의지를 내비쳤으나 시장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전날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엔화 약세에 대해 "과도한 움직임에는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한 대응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도 지난 25일 엔화 약세는 펀더멘탈과 괴리된 '투기'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도한 변동에는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한 행동을 취하겠다"며 "언제나 준비가 돼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이 금리를 높였어도 여전히 절대적 금리 수준이 낮아 미국처럼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일 간 금리 차이를 단기에 줄이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연준의 추가 금리인하가 오는 6월로 점쳐지는 가운데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시기가 그보다 앞설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엔화가 달러 당 152를 돌파하면 엔화 하락폭이 추세적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 트레이더들이 대규모 달러-엔 매도 포지션을 커버하려면 추가 엔화 매도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일본 환율 당국은 2022년 세 차례에 걸쳐 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9조2000억엔(약 81조7000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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