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가 탐욕이라고?...식품사 절반 영업이익률 감소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4.03.1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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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식품사 영업이익률 변화/그래픽=이지혜주요 식품사 영업이익률 변화/그래픽=이지혜


지난해 국내 식품 대기업 상위 12곳의 영업이익률을 조사한 결과 전년대비 감소한 곳이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식품기업의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탐욕 인플레이션)을 지적하고 있지만 무리한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연매출 약 3조원 이상 상위 12개 식품기업의 영업이익률을 잠정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6개 기업은 지난해 대비 증가했지만 나머지 6개 기업은 감소했다. 농심이 2022년 3.58%에서 6.70%로 가장 많은 영업이익률 증가세를 보인 반면 CJ제일제당과 하림지주는 1%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비율로, 숫자가 높을수록 제품당 이윤을 많이 남겼다는 의미다. 예컨대 영업이익률이 5%인 기업은 100원짜리 물건을 팔아 5원을 남기는 식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연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식료품업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1%로 제조업 평균 5.7%에 못미친다.

식품기업들은 2022년 어닝쇼크 수준의 내수실적에 따른 기저효과와 해외사업의 성장이 영업이익률이 증가한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2022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원재료 가격이 급등했지만 판매가격에 제때 반영하지 못한 여파로 농심 등 일부 식품기업은 국내사업 부문에서 사상 첫 분기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가격인상이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회복됐는데, 국내 사업의 경우 여전히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 농심은 주력 제품인 신라면의 해외매출비중이 60%에 달하는 등 해외 의존도가 높다.



영업이익이 2배 이상 늘어난 풀무원 역시 영업이익률이 종전 0%대 1%대로 올라선 것이어서 그리드플레이션의 사례로 보기 어렵다. 풀무원은 영업이익 증가가 코로나19 당시 실적악화를 겪은 푸드서비스 기업 푸드앤컬처의 단체급식, 외식, 컨세션 사업과 풀무원 미국법인의 수익성 개선 효과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식품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최근 5년간 가장 높았던 해로 기록된 2020년과 비교해도 증가했다고 보기 어렵다. 팬데믹으로 식품업계가 호황을 누린 2020년 12개사의 영업이익률과 지난해를 비교해보면 증가한 곳은 CJ프레시웨이, 하림지주, 농심 3곳이 전부다. 급식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CJ프레시웨이는 코로나19 여파로 단체급식 수요가 급감하면서 적자에 빠졌다가 엔데믹 이후 이익률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이례적으로 식품업계에서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오리온은 데이터 기반 경영과 원가 관리 시스템의 효과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중국, 베트남 등 해외사업 호조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기업의 영업이익률은 다른 업종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며 "가격인상으로 내수시장의 수익성이 개선되긴 했지만 실제 이익은 대부분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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