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위기, 위기 아무리 외쳐봐도…갈길 막막한 초저출산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박광범 기자, 윤세미 기자, 세종=유재희 기자, 정인지 기자 2024.02.2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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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인구 1/3 사회의 도래(상)

편집자주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0.72명의 합계출산율은 남녀 한쌍, 즉 2명이 0.72명의 아이를 낳는다는 의미다. 이를 확장하면 1명이 0.36명의 아이를 낳는 셈이다. 인구 1/3 사회의 도래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합계출산율은 미래를 가늠케 하는 지표다. 합계출산율 0.72명의 의미를 다각도로 풀어본다.

'가보지 않은 길' 합계출산율 0.72명…인구 1/3 사회가 도래했다
위기, 위기, 위기 아무리 외쳐봐도…갈길 막막한 초저출산


지난해 합계출산율과 연간 출생아수가 또다시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어느 국가도 가보지 못한 길이다.

매년 역대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합계출산율에 무뎌지고 있지만, 최근 인구지표는 경고등을 넘어 본격적인 위기를 가리키고 있다. 특히 자녀세대가 부모세대의 1/3로 줄어든 사회를 예고하면서 교육, 국방 등 여러 방면의 갈등이 예상된다. 고통스러운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이다.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을 기록한 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하락했다. 0명대 합계출산율은 6년째 유지 중이다. 2021년 기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58명이다.

◆ 합계출산율 0.72명의 의미는?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대표적인 인구지표다. 합계출산율로 그 나라의 인구구조를 내다볼 수 있다. 가령 현재 인구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합계출산율(대체출산율)은 2.1명이다. 2명이 결혼해서 평균 2.1명의 아이를 낳으면 현재의 인구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서다.

같은 맥락에서 합계출산율 0.72명은 2명이 결혼해 0.72명의 아이를 낳는다는 의미다. 1명에게서 나오는 아이는 0.36명이다. 즉, 자녀세대가 부모세대보다 약 1/3로 줄어든다. 실제 통계도 그렇다. 지난해 출생아는 23만명이다. 지난해 모(母)의 평균 출산연령은 33.6세다. 지난해 태어난 아이들의 부모가 몰려 있는 1990년생은 64만9738명이었다.

지금 수준의 합계출산율이 유지된다면 한세대가 지난 후 출생아수는 또다시 1/3로 줄어든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합계출산율 0.82명(저위추계) 기준 2060년 출생아수는 9만8000명으로 예상된다. 합계출산율이 1.34명(고위추계)으로 늘어나도 2060년 출생아수는 지난해와 유사한 23만5000명에 그친다.


합계출산율에 따른 세대별 출생아수 추이/그래픽=조수아합계출산율에 따른 세대별 출생아수 추이/그래픽=조수아
윤석열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합계출산율 1.0명을 기록하더라도 한세대 후의 출생아수는 늘지 않는다. 합계출산율 1.08명(중위추계)을 가정했을 때 2050년대 출생아수는 10만명대로 예상된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손주를 기대하지 말아야 할 사회가 됐다"며 "이런 사회에선 적응조차 쉽지 않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적응조차 쉽지 않은 초저출산 사회

한세대만에 출생아수가 1/3로 줄어들면 곳곳에서 파열음이 발생한다. 당장 교육 분야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난해 전국의 일반대학 입학정원은 30만6180명이다. 전문대(14만960명), 교육대학(3583명)까지 포함할 경우 입학정원은 더 늘어난다. 올해 태어난 아이들이 전부 대학에 입학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초저출산의 영향으로 기금에 돈을 보탤 사람이 급격히 줄어든다. 인구구조만 봤을 때 2042년 무렵엔 국민연금 수급자가 국민연금 의무가입자보다 많아진다. 수급자가 더 많아지면 국민연금 기금은 적자로 전환하고, 곧이어 고갈 수순을 밟는다. 병역 문제 역시 초저출산 시대가 직면한 과제다.

기록적인 초저출산 현상에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고위) 위상 강화를 꾀한다. 장관급인 부위원장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일각에선 인구특별회계 신설 가능성을 거론된다. 하지만 기시감 강한 정책들로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낼지 미지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이날 자료를 배포하고 "유례없이 심각한 초저출산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수요자 중심 저출산 대응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출생아수 또 '역대 최저'…세종마저 합계출산율 1명대 깨졌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수가 23만명으로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갈아 치웠다. 8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약 35만명이 사망해 우리나라 인구는 약 12만명 자연 감소했다.

특히 전국에서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1명대를 유지했던 세종시마저 합계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졌다.

◆ 경기 출생아수 감소폭 가장 커…세종 합계출산율 1명대 아래로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23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전년 대비 7.7%(1만9200명) 감소했다.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8년 전인 2015년 출생아 수(43만8400명)의 절반 수준이다.

전년 대비 출생아 수는 △2016년(-3만2200명) △2017년(-4만8500명) △2018년(-3만900명) △2019년(-2만4100명) △2020년(-3만300명) △2021년(-1만1800명) △2022년(-1만1400명)에 이어 8년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전년(0.78명)보다 0.06명 줄며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4분기만 놓고 보면 합계출산율이 0.65명으로 1년 전보다 0.05명 감소했다. 사상 첫 0.6명대 분기 출산율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충북(+100명)을 제외한 16곳에서 출생아수가 전년 대비 감소했다.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지난해 출생아수는 6만8800명으로 감소폭(-6500명)이 가장 컸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7명으로 1년 전보다 0.07명 감소했다.

경기도는 서울 신혼부부의 유입 등으로 통상 합계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하지만 지난해 부동산 경기 영향 등으로 서울 신혼부부의 경기도로의 유입이 다소 줄며 경기도의 합계출산율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합계출산율 1위인 세종시는 합계출산율 1명대를 지키지 못했다. 세종시의 지난해 출생아수는 2800명으로 전년 대비 400명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1.12명에서 0.97명으로 떨어졌다.

세종시 출범 후 출산율 증가를 이끈 신혼부부 유입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세종시의 집값이 과거에 비해 크게 오르면서 타지역 신혼부부 유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세종시 출범 초기만 해도 인근 대전(유성구), 공주, 청주의 신혼부부들이 새 아파트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낮은 세종시에 신혼집을 꾸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세종시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런 효과가 차츰 사라졌고 세종시와 전국 합계출산율 격차는 앞으로도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출생아수는 3만9400명으로 전년 대비 3200명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0.59명에서 0.55명까지 낮아져 전국에서 가장 낮은 합계출산율을 기록했다.

시도별 출생아수 및 합계출산율/그래픽=조수아시도별 출생아수 및 합계출산율/그래픽=조수아
◆ 母 평균 출산연령 33.6세, 0.1세↑…출생성비, 전년대비 0.4명 증가

한편 모(母)의 평균 출산연령은 33.6세로 전년 대비 0.1세 상승했다. 구체적으로 평균 출산연령은 첫째아는 33세, 둘째아는 34.4세, 셋째아는 35.6세로 조사됐다. 첫째아와 셋째아는 0.1세, 둘째아는 0.2세 각각 전년보다 평균 출산연령이 높아졌다.

지난해 출생아수에서 첫째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60.1%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9%p(포인트) 비중이 커졌다. 둘째아와 셋째아 비중은 32.3%, 7.5%로 각각 전년보다 1.4%p, 0.6%p 감소했다.

결혼 생활 기간별로 살펴보면 결혼 후 2년 안에 낳은 출생아수는 7만4600명으로 전년보다 1100명(1.5%) 감소했다. 다만 전체 출생아수에서 결혼 후 2년 안에 낳은 출생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33.9%로 전년보다 2.4%p 증가했다.

결혼 후 2~5년 사이 낳은 출생아수는 8만5800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전년보단 1만2800명(13%) 급감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1%에서 38.9%로 축소됐다.

출생성비(여아 100명당 남아 수)는 105.1명으로 전년보다 0.4명 증가했다. 특히 셋째아 이상의 출생성비는 108.2명으로 2013년(108명) 이후 가장 높았다. 과거에 비해선 옅어졌지만 남아선호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 대한민국 인구 4년째 자연감소

지난해 사망자 수는 35만2700명으로 전년보다 2만200명(5.4%) 감소했다. 조(粗)사망률(인구 1000명당 사망자 수)은 6.9명으로 0.4명 감소했다.

사망률(인구 1000명당 사망자수) 성비를 살펴보면 남자가 여자보다 1.2배 높았다. 특히 60대의 사망률 성비는 남자가 여자보다 2.7배로 가장 컸다.

지난해 출생아수보다 사망자수가 많아지며 우리나라 인구는 12만2800명 자연감소했다.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3만2600명) △2021년(-5만7100명) △2022년(-12만3800명)에 이어 4년째 자연감소 중이다.

"핀란드 1.32명, 스웨덴 1.52명…" 저출산 이제 세계적 현상?
지난해 1월 중국 안후이성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갓난아이를 돌보고 있다. /AFPBBNews=뉴스1지난해 1월 중국 안후이성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갓난아이를 돌보고 있다. /AFPBBNews=뉴스1
저출산 흐름은 한국만의 고민이 아니다.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출산율은 약 2.3명으로 반토막 났다. 전문가들은 금세기 말엔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인구가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선진국 출산율은 이미 인구 대체율인 2.1명에 못 미친다. 개방적인 이민 정책을 펼치는 미국이나, 가족 친화적 정책의 모범국인 북유럽도 예외가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저출산이 거의 모든 나라에서 관찰되는 세계적 현상인 것이다.

출산율의 하락은 대체로 사회와 경제가 발전하면서 생긴 결과로 풀이되지만 급격한 인구 감소는 사회와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출산율 하락에 따른 인구 감소가 노동력 부족과 국가 재정 부담으로 연결되는 탓이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기후 위기와 지정학적 위기 못지않게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이 세계 경제의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세계 저출산 10위권 중 6개국은 '동아시아'…왜?

저출산 문제가 유독 심각한 건 한국과 일본 등이 포함된 동아시아다. 유엔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238개국 가운데 출산율이 가장 낮은 10개국에 홍콩과 한국, 싱가포르, 마카오, 대만, 중국 등 6개국이 포진해 있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로 자주 거론돼 온 일본의 경우 19위로 상대적으로 나은 수준이었다. 저출산이 전 세계적인 추세라지만 동아시아는 유독 심각한 셈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인구 감소로 인한 국가 존립을 경고할 정도이며, 대만에선 10세 미만 어린이보다 등록된 반려 고양이와 개가 더 많다는 집계도 있다. CNN은 동아시아가 인구학적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고 경고했고,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가 14세기 유럽을 덮친 흑사병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시아의 출산율이 유독 낮은 것을 전문가들은 다양한 이유를 지목한다. 공통으로 거론되는 건 경쟁적이고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와 경제적 부담이다. 극심한 경쟁 속에 사회적 성취를 우선시하다 보니 결혼과 출산은 뒷순위로 밀리는 데다 가파른 주거비와 교육비 상승 등 경제적 부담까지 커지면서 아예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분위기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녀 간 성 역할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비혼이나 미혼 출산을 금기시하는 등 성과 가족에 관한 폐쇄적인 인식도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 '친가족 정책 교과서' 북유럽도 못 피한 저출산

그러나 저출산 해법으로 언급되는 이민자 개방이나 가족 친화적 정책을 이미 시행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저출산 흐름은 확인된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2022년 출산율이 1.6명으로 1950년 3명에서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미국 정부는 이민자 유입으로 2030년까지 인구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반이민 정서에 따른 이민 규제 강화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해 저출산 탈출에 성공했던 프랑스에선 지난해 출산율이 1.68명까지 떨어지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인구 재무장"을 거론하고 나섰다.

육아에 적극 참여하는 아빠를 칭하는 '라떼파파'의 나라로 불리는 핀란드나 노르웨이 등 북유럽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 각국이 최고 수준의 산모 관리와 넉넉한 육아 휴가 등 핀란드의 출산 및 육아 정책을 벤치마킹했지만 정작 핀란드의 출산율은 2022년 1.32명을 기록, 1776년 집계 시작 후 최저로 떨어졌다. 노르웨이(1.41명), 스웨덴(1.52명), 덴마크(1.55명) 등도 출산율이 인구 대체율인 2.1명에 못 미친다.

개도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중국을 꺾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이 된 인도조차 출산율이 2.0으로 대체 출산율보다 낮다. 이란과 북한마저 아이를 더 많이 낳으라고 호소할 정도다. 유엔은 2023년 북한 출산율을 1.8명으로 추산한다.

11일(현지시간) 플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위에서 한 남성이 갓 태어난 아기와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AFPBBNews=뉴스111일(현지시간) 플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위에서 한 남성이 갓 태어난 아기와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 "저출산은 돌이킬 수 없는 흐름…부작용 최소화해야"

각국 정부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많은 비용만 들고 효과는 제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출산율 하락이 대부분 사회와 경제가 긍정적으로 발전하면서 생긴 결과물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해 점점 더 많은 선택권을 갖게 되면서 출산에 따른 기회비용도 그만큼 커졌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출산율 하락은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라고 FT는 지적했다. 고령 인구 증가에 따른 의료비와 연금 부담이 미래 세대에 전가될 수 있어서다. 정부 재정은 압박을 받고 미래 세대의 세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동시장에 젊은이들이 줄어들면 혁신과 생산성 향상도 제한될 수 있다.

FT는 출산율 감소의 배경이 되는 사회·경제적 요인은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만큼 궁극적으로 선진국들은 젊은층의 감소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 빈자리는 결국 고령 근로자와 인공지능(AI), 자동화가 메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1970년부터 2014년까지 세계 인구가 두 배 넘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상황에서 출산율 감소와 인구 감소가 지나치게 암울하게 평가되고 있단 주장도 나온다. 존 윌모스 유엔 경제사회국 인구국장은 NYT에 "일본은 1970년대부터 인구 감소와 싸우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최대 경제 대국 중 하나"라면서 "인구 감소가 사람들이 상상했던 재앙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인구정책 전면에 등장한 '기업의 역할'…정부가 구상하는 카드는?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윤상 제2차관과 대화 하고 있다. 2024.2.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윤상 제2차관과 대화 하고 있다. 2024.2.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윤석열 정부 저출산 대책의 두드러진 점은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고 지원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기획재정부는 민간의 출산지원금에 대한 세제혜택을 고민 중이다.

출산지원금으로 인해 무거워진 기업과 개인의 세금을 덜어주는 게 골자다. 지원금을 5년으로 나눠 근로소득에 포함하는 분할과세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인구가 해를 거듭할수록 쪼그라드는 만큼 나라곳간을 활용한 세제·재정 지원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8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달 초 기업의 출산지원금에 대해 기업, 근로자 모두 세 부담을 줄여주는 대책을 발표한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전년 대비 1만 9200명으로 줄었다. 역대최저치다.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전년 대비 0.06명 감소했다.

현행대로라면 출산지원금을 받더라도 납부해야할 세 부담이 크다. 기업이 근로자에게 주는 수당은 월 20만원까지만 비과세가 된다. 이를 초과한 금액에 대해선 세금을 물어야 한다. 연봉에 더해져 세율 구간이 변할 수도 있다.

부영그룹의 경우 최근 출산한 직원에 1억원을 지급했지만 세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까지 지원방안 마련을 지시하면서 대책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4.02.12. photo1006@newsis.com /사진=전신[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4.02.12. [email protected] /사진=전신
관련 대책으로 분할과세 방식이 거론된다. 연봉 3000만원 직장인은 근로소득세율 15%를 적용받지만 회사로부터 1억원을 받는다면 근로소득 1억 3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소득세율 35% 구간(8800만원 초과 ~ 1억5000만원 이하)에 들어가게 된다.

만일 출산지원금 1억원을 5년에 걸쳐 2000만원씩 분할 과세한다면 세금 기준이 되는 과표는 5000만원 이하가 된다. 위 사례의 경우 세율도 기존대로 적용받는다.

기업 입장에서도 출산지원금이 근로소득으로 인정되면 비용처리가 가능하다. 그만큼 법인세 부담을 덜게 되는 셈이다.

앞서 이중근 부영회장은 출산지원금을 증여 형태로 지급했다고 했지만 기재부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 회장 말대로라면 1억원 이하의 증여로 계산돼 직원들은 10%인 1000만 원을 증여세로 내면 된다.

다만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최근 "회사가 직원에게 현금·현물 등을 주면 그 명분이 출산장려금, 명절 수당 등 무엇이든 근로소득이라는 것이 대원칙"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출산장려금 비과세 한도를 월 20만원을 현실화할지도 지켜볼 일이다. 기업들이 거액의 출산지원금을 주고 있단 점에서 현실과 정책 간 괴리가 있는 셈이다.

국회에서도 비과세 한도를 올리기 위한 논의가 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비과세 한도를 월 100만원으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출산지원금만 전액 비과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았다. 최근 박진 국민의힘 의원은 현행 월 20만원인 출산지원금 비과세 한도를 자녀 한명당 최대 1억원까지 늘리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문제는 출산지원금을 줄 수 있는 기업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조세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2년 귀속 근로소득 중 비과세 출산보육수당을 신고한 근로자는 47만2380명, 총신고액은 3207억원이었다. 1인당 평균 비과세 수당은 2022년 67만9000원으로 다소 적은 수준이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에서 세제혜택 말고도 여러 사회계층을 아우를 만한 방안을 고민하는 이유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대책 관련 협업하는 부분과 고민하는 게 있다"면서 "여성 경제활동의 제고 등 재정지원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말씀드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원투수' 주형환號 출범에 저출산고령화위 힘 받을까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미래세대자문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2.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미래세대자문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2.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범정부 저출산 대책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이하 저고위)의 책임이 더 무거워졌다. 정부가 최근 저고위 부위원장 자리를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데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관련 대책을 이끌어갈 부처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저고위의 부 승격 논의가 4월 총선 이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최근 임명된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도 관계부처 정책 수요자들을 만나 기존 정책들을 검토하면서 현안을 보고 받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청년세대의 의견을 듣기 위해 '2024년 미래세대 자문단'을, 26일에는 난임가족 등을 잇따라 만났다. 주 부위원장은 앞으로도 △맞벌이 가구(일·가정 양립분야) △영유아·초등자녀 가구(양육·돌봄 분야) △한부모가구(가구특성별 지원 분야) 등을 찾아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는 계획이다.

저고위는 앞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년) 수정안과 저출산 예산 재구조화 방안 등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이달 부위원장 교체로 전면 재검토 중이다. 주 부위원장은 임명 당시 "저출산은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생활비와 주거비, 양육비, 교육비 등 모든 것이 고비용인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가 집약된 근본적이고 복합적인 과제"라고 밝힌 만큼 경제·사회·문화 다방면으로 대책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가 주 부위원장을 현 장관급에서 부총리급으로 격상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인구부 신설도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저출산 대책의 경우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여성가족부, 국토교통부 등 여러 부처가 연관돼있지만 사실상 저고위는 조직적 한계로 인해 정책 조율이나 예산 편성 등에 전권을 쥐지 못했다. 저고위의 직원도 각 부처에서 끌어와 파견직 비율이 73%에 달한다.

인구부 신설을 위해서는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현재 여야 모두 조직 개편에 찬성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인구부를, 더불어민주당은 '인구위기 대응부'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최근 해체 수순으로 들어간 여가부의 저출산 정책 업무와 권한도 인구부에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저출산 대책에 필요한 재원 확보는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책정된 예산은 48조2000억원이다. 반면 출산·양육 부담 경감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예산은 17조5900억원(올해 기준)에 불과하다. 출산가구 주거안정이 8조9732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돌봄서비스 등 보육인프라 확충에도 3조7267억원이 들어가 육아휴직급여나 부모급여 등 출산 가구에 직접적인 현금 지원으로 사용되는 금액은 4조8617억원에 불과하다.

단적인 예로 저고위는 지난해에도 육아휴직급여 상한(현재 월 150만원) 인상, 배우자 출산 휴가 확대(현재 10일) 등을 제안했지만 재정 부담에 추진이 쉽지 않은 상태다.

당시 저고위 간담회에서는 초·중·고 교육에 사용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저출산 극복에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즉각 교육당국의 반발을 샀다. 지난해 60조원에 이르는 세수 결손으로 내국 세수에 연동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줄어든 탓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육아휴직급여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의 재정건정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제 개편 없이 인상은 불가능하다"며 "인구부가 신설되더라도 현실적인 문제들을 푸는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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