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인간 본성의 변화는 멸종으로 가는 길인가

머니투데이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2024.02.21 02:05
글자크기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듣거나 불쾌한 상황일 때 사람들은 얼굴을 찡그린다. 눈을 찡그리거나 입을 삐죽이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는 것은 적대감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적대감을 나타내는 표현방식으로 왜 입을 삐죽이는 것일까. 여러 가지 사회·문화적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송곳니를 보이는 행위를 통해 공격성을 드러내는 데서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경우 흔히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인간을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동물적 본성을 많이 찾을 수 있다. 물론 인간이 영적 존재라거나 신의 피조물이라는 각자의 생각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창조됐다고 하더라도 환경에 적응하고 오랜 세월 잘 적응한 사람만 남게 되고 그런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면서 그런 특성들이 유전자 내에 정보화하는 현상으로 진화했다고 볼 수도 있다.

앞에서 서론이 약간 길었는데 요즘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부분 국가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는 것은 떨어지는 신생아 출생률일 것이다. 전 세계 평균 출생률은 2.3명이고 우리나라는 0.7명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의 전 세계에서 꼴찌이지 않을까 걱정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2년 5200만명에서 2070년 3800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는 인구감소를 심각한 문제로 바라보며 해결책으로 돈을 준다거나 집을 쉽게 장만하게 해준다거나 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어려움을 해소해주려고 한다. 이런 해결책도 필요한 정책이라는 데는 공감하는 바다. 하지만 왜 사람들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지에 대한 다른 측면의 관점, 즉 인간 본성의 변화에 대한 걱정도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생물은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새로운 생명체를 가능한 한 많이 만들고 싶어한다. 쉬운 말로 번식본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많은 우리나라 사람의 번식에 대한 본능이 급격히 퇴화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 이유는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미기에는 너무나 치열한 경쟁 위주의 사회·문화적 상황이라든가 일단 나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주의의 팽배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찌됐든 생명체의 본성을 급격히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인간은 번식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가족을 이루고 산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동양에서는 가족의 확장된 개념으로 국가에 대한 개념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봉건제 사회에서 자본주의, 민주주의 사회로 급격히 변화한 우리나라는 최근 가족의 개념도 많이 변화했다. 길게는 몇천 년, 짧게는 몇백 년 유지된 관습이 불과 수십 년 사이에 없어지기도 했다.

인간은 포유류에 속하고 그 특징은 말 그대로 어미가 젖으로 자식을 키우는 것이다. 남성들은 잘 모르지만 여성들은 자신의 신체 일부를 내어주면서 자식을 키우는 거룩한 행동을 한다. 그것이 가지는 심리적이고 생물학적 경험은 신비롭고 인류를 유지하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여성 혼자 자식을 키우기보다는 남녀가 가정을 이루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인류가 다른 동물과 다르게 지식을 축적해 문명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가족 구성원 중에서 경험이 풍부하고 상대적으로 생산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손자들을 키우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포유류는 자식을 키우는데 유난히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특히 인간은 그 기간이 가장 길고 최근에는 더욱 더 길어졌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생 인류는 번식의 본능을 잃어 버리고 결국 멸종하든가 또는 일부 번식본능이 강한 사람만 살아남아 번식본능이 강한 유형의 인간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 이런 불행을 막기 위해서는 이 땅에 먼저 살았던 선조들이 이룩한 문화를 보전하고 계승하는 그런 삶 속에서 기쁨을 느끼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