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농담이 나오는 배경에는 날이 갈수록 열화되는 온라인 문화가 있다. 현실이 아니라는 이유로 패륜적인 욕설, 이른바 '패드립'까지 서슴지 않고 던지는 이들은 자신들의 발언이 쉽게 '휘발'될 것이라 여긴다. 그런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자신의 게임 계정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이들은 게임사 외에도 또 있다. 바로 자신의 상속 대상자들이다.
이는 통상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게임에서 많이 나타나는 사례다. 다른 게임 장르에 비해 장기간 즐겨온 유저들이 많고, 또 고액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계정을 상속 받으러 오는 이들은 대부분 계정 그 자체가 아닌, 계정에 들어있는 '재화' 내지 '아이템'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다는 후문이다. 게임사에서는 개인간 거래를 금지하지만, 계정 및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통해 손쉽게 이를 처분할 수 있다.
재화+아이템만 상속? "계정정보 전부 준다"
엔씨소프트 계정 상속을 위한 준비서류. /사진=엔씨 홈페이지 캡처
다른 유저들과 부모님 안부를 포함, 거친 욕설을 주고 받은 이들은 이 정보들까지 자신의 상속 대상자에게 전해진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이 같은 욕설을 안하는 게 최선이고, 만약 부끄러운 언행을 게임 내에서 보였다면 자신이 죽기 전 기록을 말끔하게 치우는 게 필요하다. 캐릭터 닉네임이 '불건전'한 경우에도 "내 자식이 볼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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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마음대로 내 계정을 상속?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생전에 계정 소유자의 동의가 있던 데 따른 것이다. 네이버의 경우 유족의 요청이 있더라도 이러한 계정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유족이 요청할 경우 유일하게 해주는 것은 계정 정보의 '삭제'일 뿐이다. 생전의 '동의'에 방점을 둔다는 점에서 구글이나 애플과 똑같다.
게임 계정과 같은 디지털 유산, 아직 미흡한 사회적 논의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다만 국내에서는 유효한 사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게임사나 포털 규정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식이다. 이 때문에 게임사는 계정 정보를 유가족에게 상속시켜주는데, 포털사는 주지 않는 식의 상반된 대응이 나온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디지털 유산 상속에 대한 논의가 하루 빨리 시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임을 포함해 디지털 세계에 한발을 담그고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망할 경우, 그간 온라인 공간에 남겨온 모든 정보와 흔적 등 '디지털 정보'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해 우리는 아직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지 못했다.
내 '패드립' 상속재산으로 볼지 법제화 필요하지만, 그 전에 약관 삽입 고려해야학계에선 디지털 유산 중 경우에 따라 재산권이 인정될지, 일신전속권이 인정될지 구분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재산이 아니라, 개인의 인격권 등 일신전속권이 인정된다면 상속대상이 되지 않는다. 유가족에 대한 상속을 거부하는 포털사이트들은 이메일 계정 정보 등에 대해 일신전속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독일 연방대법원의 사례에서는 계정정보 역시 하나의 '채권'으로 간주해 재산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디지털 유산 중 개인의 창작성이 반영된 게시물 등에 대해서는 저작권도 인정될 수 있다. 이 역시 상속대상이 된다.
다만 아직까지는 상속대상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게임사도, 한국 법원도 정확한 선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신속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가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법제화가 되기 이전에는 게임사나 포털사 등이 약관을 통해 디지털 유산의 처리 방안에 대해 생전에 이용자의 '의사'를 확인해둘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