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업계에 따르면 비만·당뇨병 약을 알츠하이머 치매·파킨슨병 환자에 투약하는 임상시험 2건이 올해 상반기 종료된다. 우선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자사의 비만·당뇨병약 '세마글루티드'를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 투약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GLP-1은 우리 몸에서 혈당을 조절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이다. 세마글루티드는 이 호르몬을 모방한 GLP-1 유사체다. 이미 당뇨병과 비만 치료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적게는 10㎏에서 최대 20㎏ 이상 비만 환자의 몸무게를 줄여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GLP-1 유사체를 파킨슨병 환자에 투약하는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영국 소재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은 GLP-1 유사체 '엑세나티드'의 파킨슨병 치료 효과를 연구하고 있다. 2년에 걸쳐 엑세나티드를 파킨슨병 환자에게 주 1회 투약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내달 24일 임상시험이 종료되고 곧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저널 란셋(LANCET)에 2017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엑세나티드는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 능력을 개선했다. 62명 시험자 중 32명이 엑세나티드를, 30명이 위약을 투약했다. 파킨슨병의 진행 상태를 알아보는 'MDS-UPDRS' 검사법으로 평가한 결과, 엑세나티드 투약군은 운동 능력이 좋아졌지만 위약군에선 악화됐다. 엑세나티드가 파킨슨병을 완화하거나 적어도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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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여러 제약사가 엑세나티드를 활용한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국내에선 디앤디파마텍 비상장 (23,000원 0.00%)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파킨슨병 신약 후보물질 'NLY01'이 엑세나티드에 장기 지속형 플랫폼을 적용한 치료제다. NYL01은 임상 2상에서 1차 지표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펩트론 (30,250원 ▼1,050 -3.35%)도 약물이 서서히 작용하는 서방형 기술을 엑세나티드에 접목한 파킨슨병 신약 후보 'PT320'을 연구했으나 재작년 임상 2a상에서 실패했다고 알렸다.
GLP-1 호르몬은 우리 몸의 염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의료계에선 당뇨와 비만도 일종의 염증성 질환으로 본다. GLP-1 유사체가 간, 신장, 심장의 염증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여러 차례 소개됐다. 알츠하이머 치매와 파킨슨병도 뇌 속의 염증 때문에 발병한다. GLP-1 유사체를 퇴행성 뇌 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이유다.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 안에 쌓이면 염증이 발생, 신경세포가 파괴되고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린다. 파킨슨병은 뇌세포 안에서 '알파시뉴클레인'이라는 단백질이 염증과 독성을 유발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