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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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나 독일 등에선 비트코인 현물 ETF가 이미 거래 중이지만 전 세계 돈이 몰리는 미국 금융시장에서의 승인은 시장이 받아들이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의 ETF 시장 규모는 6조5000억달러(약 8500조)에 달한다.
또 업계는 그간 비금융상품 투자 제한을 받던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통해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보고 있다. 배런스는 "비트코인이 ETF라는 친숙한 포장지를 입으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접근이 쉬워졌다"고 평가했다. 비트코인이 앞으로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중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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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플랫폼 제공업체인 앵커리지디지털의 네이선 컬리 최고경영자(CEO)는 CBS에 "현물 비트코인 ETF는 가상자산이 '신생' 자산군으로서의 시대를 끝내고 모든 포트폴리오의 일부가 되는 주류 자산으로 자리매김하는 시대로 나아간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투자 시 따져볼 점은? 수수료와 유동성전문가들은 일반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고를 때 수수료와 유동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모닝스타의 브라이언 아머 ETF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수수료는 매수자나 보유자에게 가장 중요한 차별화 요소 중 하나"라면서 "비슷한 상품에 같은 돈을 투자하면서 더 큰 비용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들은 초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수수료 깎기 전쟁에 나서면서 투자자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비트와이즈의 경우 연간 수수료가 0.2%로 가장 낮고, 아크인베스트먼트는 0.21%, 블랙록, 반에크 등은 0.25%를 제시한 상태다. 또 일부는 일정 기간이나 ETF 자산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진 수수료를 아예 면제한다는 방침이다.
조지타운대학 제임스 엔젤 재무학교수는 "단기 투기꾼들에겐 수수료보다 유동성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봤다. 유동성이 풍부해 매매가 활발한 ETF의 경우 매수호가와 매도호가 간격이 촘촘하기 때문에 잦은 매매를 원하는 투자자들의 경우 쉽게 사고팔 수 있게 유동성이 더 중요하단 설명이다.
그레이스케일은 수수료를 다른 자산운용사에 비해 높은 1.5%로 제시했는데 이는 이미 기존 비트코인 신탁을 통해 상당한 유동성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레이스케일은 비트코인 신탁 상품을 비트코인 현물 ETF로 전환하겠다고 신청했다가 SEC로부터 퇴짜를 맞자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업체로 비트코인 현물 ETF 시대를 연 장본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선 낙관론이 우세하다. CNBC는 10일 "시장 안팎의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추가 상승에 무게를 싣고 있다"면서 "그 범위는 6만달러에서 50만달러까지 천차만별"이라고 전했다. 한국시간 11일 오후 3시20분 현재 비트코인은 약 4만56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여전히 2021년 11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6만9000달러에 비하면 3분의 2 수준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로 돈이 얼마나 유입될지를 둘러싼 추정치도 엇갈린다. GTS의 레지 브라운 글로벌 ETF 판매 총괄은 블룸버그를 통해 "ETF로 상당한 돈이 들어올 수 있다"면서 "한 달 안에 20억~30억달러가 유입되고 올해 안에 100억~200억달러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재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9000억달러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는 아니다. 반면 올해 비트코인이 10만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스탠다드차타드의 경우 비트코인 현물 ETF가 올해에만 500억~1000억달러 자금을 유치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트코인 가격(달러) 5년 추이/사진=인베스팅닷컴
SEC는 이번 ETF 승인이 비트코인 자체를 인정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이날 ETF 승인에 대해 "우리는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지만 비트코인을 승인하거나 지지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범죄 자금으로도 쓰이는 "투기적으로 변동성이 큰 자산"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비트코인 회의론자들은 SEC의 결정에 실망을 나타냈다. 변동성과 시세 조작, 사기 등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현물 ETF를 승인하면서 투자자들을 위험에 노출시켰단 지적이다. 금융 규제 강화를 표방하는 비영리 단체 베터마켓츠는 이날 성명에서 "SEC가 쓸모없고 변동성이 크며 사기 행위가 만연한 자산을 친숙한 투자 수단을 통해 일반 미국인들에게 대량 마케팅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