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인상 반영 안됐는데' 실적 급등한 시멘트사...곳간 채울 시기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3.11.20 08:47
글자크기
'가격인상 반영 안됐는데' 실적 급등한 시멘트사...곳간 채울 시기


한라시멘트 옥계공장 전경/사진제공=한라시멘트한라시멘트 옥계공장 전경/사진제공=한라시멘트
국내 주요 시멘트사의 이익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가격인상분이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이익이 급증한 배경에는 전년도 기저효과와 앞서 적용한 가격인상분이 뒤늦게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시멘트사들은 이익이 급증했음에도 향후 환경설비 투자비용을 고려하면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설명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5개 대형 시멘트사(합병사 통합 기준, 개별로는 7개사)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704억원이다. 지난해 같은기간 2883억원에 비해 63% 증가했다.



한일시멘트 (12,870원 ▲90 +0.70%)와 계열사 한일현대시멘트 (14,870원 ▲90 +0.61%) 합산 영업이익이 1818억원으로 가장 많고, 뒤를 이어 아세아시멘트 (9,990원 ▲10 +0.10%)와 계열사 한라시멘트 합산 영업이익이 1067억원으로 각각 1000억원을 넘어섰다. 업계 1위인 쌍용C&E (7,000원 0.00%)가 784억원, 삼표시멘트 (2,895원 0.00%) 644억원, 성신양회 (8,470원 ▼10 -0.12%)가 391억원 순이다. 이익증가율로 보면 한일(112%)과 삼표(100%)가 전년동기 대비 2배의 이익을 냈고, 성신양회도 75% 이익이 늘었다. 아세아와 쌍용C&E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32%, 15% 증가했다.

이같은 영업이익 급증은 올해 가격인상분이 반영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의외라는 평가다. 올해 4월 쌍용C&E를 필두로 시멘트사들이 일제히 가격인상을 단행했지만 레미콘업계의 반발과 정부 중재로 협의를 이어오다 지난 10월16일~11월1일부터 인상 가격을 적용했다. 인상률도 종전대비 14%대 인상안 발표했다가 레미콘업계와 7% 미만 인상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익이 급증한 배경에는 지난해 11월 인상분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시멘트업계는 유연탄 가격 급등 등 원자재 가격인상을 이유로 지난해 2월에 이어 11월 두차례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1톤당 종전 7만8800원이던 시멘트 평균 판매가격은 9만2400원, 10만5000원으로 인상됐다. 올해 3분기 이익 증가는 10만5000원으로 인상한 효과가 적용된 것으로 예상된다.

시멘트 수요 증가도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건설경기 침체로 수요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수요 증가가 나타났는데 건설현장 부실공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콘크리트 강도를 높이기 위해 시멘트 주문량이 늘은 것으로 예측한다. 실제 쌍용C&E의 매출이 전년대비 15.2% 증가하는 등 시멘트 비중이 낮은 곳을 제외하고 대체적으로 증가했다.

'가격인상 반영 안됐는데' 실적 급등한 시멘트사...곳간 채울 시기
시멘트업계는 이익 증가가 신규투자에 대규모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시멘트산업 설비투자 규모는 올해 계획된 것만 5764억원에 이른다. 이중 환경관련 투자가 5208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시멘트업계의 설비투자 비용은 2019년 2428억원에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탄소중립 등 환경규제 기준에 맞추지 못하면 시멘트사는 폐업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며 "설비투자 비용을 고려하면 이익 회복 속도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시멘트업계는 시멘트 수요 증가도 일시적 현상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건설경기 악화로 착공 현장이 같은 기간 대비 절반에도 못미치는 여파가 조만간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다. 9월 누계 기준 전국 주택 착공가구수는 전년대비 57.2% 감소한 12만5000가구에 불과하다. 때문에 일부 해안사의 경우 물류비 부담으로 수익이 거의 없음에도 수출 물량을 늘리려는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유연탄 가격만 안정화됐을 뿐 전기료 등 이외 비용이 모두 상승한 상황에서 건설경기 악화까지 겹쳐있어 여건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라며 "4분기 가격인상 효과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반짝효과에 머무를 공산이 크다"고 예측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