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액 177억弗…10년래 최고치

머니투데이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3.11.10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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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권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액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인 177억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에 비해 100억 달러나 늘어난 셈이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뱅크레그데이타(BankRegData) 자료를 인용해 임차인들이 1회 이상 지불을 놓친 연체 대출 규모가 지난 9월 말까지 3개월 동안 30%(40억 달러) 증가한 177억 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만기 연체율은 1.5%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임차료 연체의 압박을 받는 부동산 수가 특히 오피스 부문에서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예컨대 지난 3분기 데이터는 최근 파산을 신청한 위워크 사태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사무실 임차기업 위워크는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의 도시에서 가장 큰 임차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위워크는 파산신청(Chapter 11)을 통해 재정적 불이익 없이 수십 건의 임대 계약을 종료하고 건물 소유주에게 위험부담을 떠넘길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웰스파고은행은 최근 로어 맨해튼의 중형 오피스 빌딩인 599브로드웨이에 대한 2050만 달러 모기지를 지불 누락 위험이 있는 대출 감시 목록에 추가했다. 위워크가 파산신청을 했기 때문인데, 이 대출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서 이뤄졌지만 이후 투자자에게 판매되면서 웰스파고가 관계된 것이라서다.

웰스파고는 700억 달러 이상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 연체된 부동산 대출은 3분기 34억 달러로 1년 전 4억 달러에서 50% 이상 증가했다.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웰스파고와 같은 은행들은 차용인을 채무 불이행 상태로 설정하거나 증가하는 연체 대출 더미에 대한 실제 손실을 선언하지 않고 있다. 웰스파고는 지난 3분기에 관련 대출에서 9100만 달러를 상각했다.


웰스파고 경영진은 이러한 차용인 중 다수가 지불을 재개하거나 손실을 피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표명했다. 최고 재무 책임자(CFO)인 마이크 산토마시모는 "아직 중요한 손실을 본 적이 없고, 앞으로 그럴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무디스의 상업용 부동산 경제 분석 책임자인 케빈 페이건은 "연체율이 적어도 향후 12개월 동안 상승할 것"이라며 "앞으로 고통이 닥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피츠버그에 본사를 둔 지방은행인 PNC는 연체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가장 많이 급증한 곳 중 하나다. 3분기에만 이들의 연체액은 전분기 두 배 이상 증가한 7억 2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PNC의 CFO(최고재무책임자)인 롭 레일리는 "상업용 부동산 사무실 부문에서 우리가 예상했던 압력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며 "대출 기관이 해당 대출에 대한 잠재적 손실을 충당할 수 있는 충분한 준비금을 가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은행들은 손실을 피하기 위해 부동산 대출을 재구성하고 있다. BOA도 관련 연체액이 전분기 대비 7억 5000만 달러 증가한 1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은행권에서 구조조정된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는 지난 6개월 동안 60억 달러 증가한 85억 달러 수준이다.

은행 분석가인 크리스토퍼 왈렌은 "은행들은 자산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대출을 연장할 것"이라며 "하지만 건물을 회수해야 한다면 가치는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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