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시경 '국어문법' 복제본 나온다..유일한 원본 대신 전시·연구 활용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2023.10.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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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록원, 전통 재료와 최고의 기술력으로 원형 복제

주시경의 국어문법 육필원고 복제본/사진제공=국가기록원주시경의 국어문법 육필원고 복제본/사진제공=국가기록원


훈민정음 반포 577돌을 맞아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주시경의 '국어문법' 육필원고를 복제해 소장처인 한글학회에 전달한다고 5일 밝혔다.

'국어문법'은 주시경 선생이 지은 문법책으로 현대문법의 종합적인 체계를 개척해 오늘날 정서법(맞춤법)의 기틀을 마련한 '한글맞춤법통일안'의 기본이론을 세운 책이다. 국어문법 연구의 최초로 순수한 우리말을 사용하기 위해 모음을 '읏듬소리'로 고친 흔적과 문법용어의 순 한글 표기 시도 등 대한제국 시기 국어학 연구를 집대성한 자료이다. 육필원고는 국어문법 출간 한 해 전인 1909년 7월에 완성됐고 2012년 12월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국가기록원은 육필원고가 유일한 희귀본인데도 기획 전시에 그대로 활용되는 등 훼손을 우려해왔다. 이에 육필원고를 전시나 열람·연구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맞춤형 복원·복제 서비스'를 지원했다. 복제 작업을 위해서는 우선 원본에 대한 조사를 끝낸 후 원본과 가장 유사한 종이를 준비하고, 이미지 스캔과 편집, 색맞춤, 디지털 인쇄와 외형 재현 과정(첨지·책끈·표지 재현·장정 등)을 거쳐 원형 복제를 진행키로 했다.

이번 작업에서는 우리나라 전통 한지를 사용했고, 원본과 가장 유사한 이미지 재현을 위해 고해상도로 스캔한 이미지는 세밀하게 편집한 뒤 디지털로 인쇄를 했다. 특히 표지는 원본과 똑같이 얼룩의 위치와 색상까지 맞춰 인쇄했다. 인쇄한 표지는 전통 방식으로 밀랍을 칠한 후 능화판에 밀돌로 밀어 능화문을 재현했다. 책을 묶기 위해 사용한 책끈은 꼭두서니 등 전통 염료를 끓여 염색한 후 사용했다.



국가기록원은 역사적 가치를 지닌 국가기록물의 보존 수명을 연장하고 후대에 전달될 수 있도록 지난 2008년부터 '맞춤형 복원?복제 지원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민간과 공공 67곳의 235건(약 8200매)을 복원했다.

김주원 한글학회 회장은 "우리 말글 역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주시경 선생의 '국어문법' 육필원고를 더욱 안전하게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복제해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복제된 기록물은 전시 등을 통해 많은 국민이 관람하고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병필 국가기록원 원장은 "이번 '국어문법' 육필원고의 복제로 우리나라 국어학 연구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면서 "국가적으로 소중한 기록유산들이 훼손되지 않고 안전하게 영구히 보존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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