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시린 이 藥 도전' 하이센스바이오…"저비용·고효율 바이오텍 자신"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3.09.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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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철 하이센스바이오 대표, 상아질 재생 핵심 물질 'CPNE7' 단백질 최초 발굴
시린 이 치료제 'KH-001' 국내 2b상 IND 제출…美 FDA 임상 위한 프리 IND 미팅 앞둬
바르는 전문약 형태로 임상 비용·기간 단축…2027년 최초 상용화 목표

박주철 하이센스바이오 대표 /사진=하이센스바이오박주철 하이센스바이오 대표 /사진=하이센스바이오


"세상에 없던 시린 이 치료제를 앞세워 '저비용·고효율' 신약 개발사 모델을 제시하겠다"

신약 개발사에 '높은 효율'은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로 여겨진다. 지극히 낮은 개발 확률에 막대한 비용과 오랜 개발기간이 필요한 탓이다. 투입 재원이 많아진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할 수도 없다.

이런 산업 특성에도 박주철 하이센스바이오 대표의 자신감 배경은 차별화한 회사 기술력과 특화한 사업 영역에 있다. 지난 7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하이센스바이오는 난치성 치아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서울대 치대 교수였던 박 대표는 지난 1999년부터 상아질 재생 원천기술을 연구해 온 권위자다. 오랜 연구를 통해 상아질을 재생하는 핵심 물질 'CPNE7' 단백질을 최초로 발굴한 그는 2016년 회사 설립을 통해 본격적인 치료제 개발에 돌입했다.



핵심 파이프라인은 현재 국내 임상 2a상을 마치고 2b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한 시린 이(치아지각과민증) 치료제 'KH-001'이다. 신경을 보호하는 상아질 노출부를 봉쇄하고, 상아질을 재생하는 세계 최초 시린 이 치료제다. 미국 근관치료학회지(Journal of Endodontics)에 재생 효과에 대한 연구가 게재되며 국제적 공신력도 획득했다.

전 세계 시린 이 환자 수는 2017년 8억 명에서 2027년 10억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기준 전 세계 인구의 12%에 해당하는 약 9억 명이 보유한 질환이다. 인구 노령화와 당 섭취 및 음주·흡연 증가로 환자는 계속 늘고 있지만 아직 근원적 치료제는 없다.



박 대표는 "상아질과 치주인대는 다른 세포들과 달리 계속 자극받아 노화가 빠른데 치료 물질을 투입해 세포가 자극을 계속 받아도 노화를 늦추고 활성도를 높이는 방식"이라며 "현재는 질환 치료에 집중하고 있지만 결국 예방의 영역까지 아우를 수 있는 파이프라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H-001은 연고 형태로 전문의약품이지만 주 3회 치아에 바르는 형태다. 임상 기간 역시 입원 없이 투약 후 5~6주 수준이다.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 투약받아야 하는 다른 신약들과 빠른 연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회사는 연내 승인이 예상되는 임상 2b상을 내년에 마치고 2025년 3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3상 돌입해 2027년 제품허가 및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식품의약국(FDA)과 현지 임상을 위한 프리IND 미팅을 앞두고 있다.

박 대표가 강조한 저비용·고효율의 강점 역시 이 같은 특성에 기인한다. 기술 차별성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 특성상 개발기간이 단축돼 임상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서다. 그 때문에 상장을 통해서 큰 규모의 자금을 무리해서 유치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 2상 단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가장 큰 비용이 투입된 지난해 사용된 금액이 65억원 정도였다. 다른 개발사처럼 큰 비용이나 기간이 필요 없는 구조였기에 가능했다"며 "상장을 통해서도 최대 200억원 정도만 조달할 예정이다. 전략적투자자(SI)를 포함해 프리IPO로 130억원 이상을 확보했는데, 2027년 상용화 전까지 연구비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이센스바이오는 KH-001 외에 충치 및 치주질환, 법랑질·상아질 형성 부전증(희귀질환) 치료제 등도 개발 중이다. 특히 치주질환의 경우 동물용 의약품도 개발하고 있어 발치 외 마땅히 치료 방법이 없는 반려동물 치료 시장 공략도 가능할 전망이다.

의약품 이어 소비재까지 영역 확장 가능…오리온과 손잡고 이머징 마켓 공략 속도
특화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사업 확장성 역시 한정된 비용으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강점이다. 하이센스바이오는 치과용 치료제 외에 홈케어가 가능한 기능성 치약 및 가글 등에 대한 소비재 사업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전문약 개발이 가능한 기술력인 만큼 진입장벽이 낮은 소비재 진출 자체는 무리가 없다. 문제는 현지 영업력과 유통망이다. 특히 국내 기업의 원활한 진출이 어려운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이머징마켓을 우선 공략지로 삼은 소형 바이오텍 입장에선 난해한 과제다.

이는 하이센스바이오 기술력을 알아본 오리온과의 합작으로 해소된 상태다. 식품업계 강자로 해당 지역 견고한 입지를 구축한 오리온은 최근 바이오산업 진출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오리온홀딩스와 하이센스바이오는 6대 4의 비율로 조인트벤처(JV)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하이센스바이오가 개발 중인 시린 이 치료제 중국·러시아·동남아 판권을 오리온홀딩스가 확보하고 해당 지역 진출을 위한 치약 등 소비재와 의약품 개발을 합작하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개발 성공 전 건기식이나 화장품 등에 눈 돌리지 않는 이유는 세상에 없던 치료제를 중심으로 한 회사 기술 확장성에 대한 자신감이 분명하기 때문"이라며 "전문약 개발 성공을 통해 기술력을 우선 인정받고, 소비재까지 발 빠르게 진출해 높은 확장성과 효율성을 갖춘 신약 개발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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