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 현상으로 물체가 공중에 뜬 모습. 초전도 현상은 특정 물질을 임계온도 이하로 냉각시켰을 때 전기 저항이 0이 되고 내부 자기장으로 공중에 뜨는 현상을 말한다. / 사진=미국에너지부(DOE)
기대만큼 우려도 적지 않다. 아직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기술임에도 초전도체 테마로 엮이기만 하면 주가가 급등한다. 2차전지에 이은 투자 광풍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남의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건 지난달 27일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상온·상압 초전도 물질인 'LK-99' 개발에 성공했다는 논문이 국내에 알려진 이후부터다.
이날 서남뿐 아니라 초전도체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기업이라면 상한가 혹은 10%대 이상 급등했다. 합성피혁 업체 덕성 (8,760원 ▼110 -1.24%)은 초전도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최근 일주일 간 115.3%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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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모비스 (3,615원 ▼25 -0.69%)와 고려제강 (23,950원 ▼400 -1.64%)은 상한가를 기록했고 비츠로테크 (10,780원 ▼360 -3.23%)는 24.33%, 다원시스 (13,410원 ▲260 +1.98%)는 13.86% 급등 마감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핵융합 관련 기술이 있거나 관련 사업을 수주한 경력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초전도체의 재료로 쓰이는 금속 소재 기업도 급등했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LK-99의 주요 재료는 납, 구리, 인회석(인산염 광물의 일종)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들이다. 구리가 주요 재료라는 소식에 동합금 제품을 생산하는 서원 (1,580원 ▼53 -3.25%)은 상한가로 마감했고 황동봉을 만드는 대창 (1,602원 ▼76 -4.53%)은 18.41%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논란의 핵심에 있는 퀀텀에너지연구소 관련주도 주목 받았다. VC(벤처캐피탈) 업체인 엘앤에스벤처캐피탈은 지난해 말 기준 퀀텀에너지연구소 지분 9.37%를 보유하고 있는데 엘앤에스벤처캐피탈의 주요 주주인 신성델타테크 (71,200원 ▼2,900 -3.91%)와 파워로직스 (7,630원 ▼210 -2.68%)는 이날 상한가로 마감했다. 아모텍 (7,780원 ▼210 -2.63%)은 올해 3월말 기준 엘앤에스벤처캐피탈 지분 2.16%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며 21.73% 급등했다.
심지어 미국 나스닥 상장 기업도 급등했다. 전력망 업체인 아메리칸 슈퍼컨덕터(티커 AMSC)는 지난 1일 16.13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하루만에 60.02% 급등했다. 최근 일주일 동안에는 115% 가량 올랐다. 회사명에 초전도체(슈퍼컨덕터)가 들어있다는 점이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초전도체가 약간 스치기만해도 주가가 급등하며 투자 열풍을 넘어 광풍에 가까워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직 검증이 필요한 기술임에도 기대감만 앞서나가며 묻지마식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의 A애널리스트는 "지금은 일단 공시 검색창에 '초전도체'를 쳐보고 사업보고서에 관련 사업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묻지마 매수를 하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상황"이라며 "올해 증시의 특징이 쏠림이다보니 2차전지 다음 주도주를 찾는 투자자들이 초전도체로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기술이 현재 초전도체 사업을 하는 업체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한 상태에서 투자에 나서는 건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기술로 인해 기존 기술들이 사장될 경우 현재 초전도 관련 업체들은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그동안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해외 연구 논문이 가짜 논란에 휩싸이며 철회된 적이 있다는 사실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B애널리스트는 "이 기술이 사실이라고 해도 실제 상용화가 이뤄지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나 여러 변수들을 감안해야 한다"며 "투자를 할 때도 간접 수혜주가 아닌 직접 수혜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