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라이벌' HD현대·한화, 선박의 핵심 엔진시장도 양분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3.07.3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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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HD현대가 STX중공업 인수에 성공하며 HSD엔진을 인수한 한화그룹과 글로벌 선박용 엔진 시장의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3대 조선사 가운데 두 회사가 3대 엔진 업체 모두를 점령하면서 삼성중공업은 경쟁사에 엔진을 의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HD현대의 조선사업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STX중공업을 인수한다고 31일 밝혔다. 이날 HD한국조선해양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파인트리파트너스와 STX중공업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파인트리파트너스가 보유한 STX중공업 주식 652만4174주와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된 신주 536만4670주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다. HD한국조선해양의 보유지분은 전체 발행주식의 35%다.



선박용 엔진은 선박 원가의 10% 안팎을 차지하는 핵심 기관이다. 국내시장이 곧 세계시장이라 불릴 정도로 국내 기업이 독보적인 기술·점유율을 자랑한다. 세계 1위는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다. HD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 35%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2위는 한화그룹에 인수된 HSD엔진이고 STX중공업이 3위다. HD현대가 1·3위를 품고 한화가 2위를 차지한 셈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현·한화오션) 인수를 결정한 직후 STX중공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을 주요 고객사로 둔 HSD엔진은 한화그룹이 STX중공업 인수에 성공할 경우 고객사를 빼앗길 것이란 판단 아래 한화 측에 인수를 제의했다. 이후 한화가 HSD엔진 인수로 돌아서면서 STX중공업 본입찰에는 HD한국조선해양이 단독으로 참가했다. 인수 가격 면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장고에 돌입하던 양측은 이날 계약을 통해 최종 인수를 확정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HD현대는 대형 선박용 엔진(HD현대중공업)부터 비교적 규모가 작은 엔진(STX중공업)을 모두 취급하게 됐다. 다양한 선박 자체 건조 기술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조선업계에서 확고한 1위 자리를 지키게 됐다. STX중공업은 이중연료 추진,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액화석유가스(LPG) 추진 기술력을 두루 보유했다. 다양한 규격의 엔진기술뿐 아니라 각국의 환경규제 강화로 수요가 높아지는 친환경 엔진에 대한 고객 수요를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경쟁사들이 핵심 엔진사를 품고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과 달리 삼성중공업은 한화에 인수된 HSD엔진을 앞으로도 도입할 예정이다. HSD엔진 입장에서도 한화오션 경쟁사라는 이유로 삼성중공업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거래를 끊을 수 없는 처지다. 삼성중공업은 경쟁사보다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등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을 바탕으로 향후 전개될 친환경 선박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겠단 전략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HD현대는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키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게 됐다"면서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O 2023에서 공개한 친환경 미래 선박의 시대를 열겠단 전략에 한걸음 가까워지게 됐다"고 평했다. 이어 "경남 거제에 나란히 위치하고 2·3위 자리를 놓고 다퉈온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의 업계 2위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경쟁사에 엔진을 의뢰할 수밖에 없는 삼성중공업이 어떤 우위 전략을 보일지도 관심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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