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HD현대의 조선사업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STX중공업을 인수한다고 31일 밝혔다. 이날 HD한국조선해양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파인트리파트너스와 STX중공업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파인트리파트너스가 보유한 STX중공업 주식 652만4174주와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된 신주 536만4670주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다. HD한국조선해양의 보유지분은 전체 발행주식의 35%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현·한화오션) 인수를 결정한 직후 STX중공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을 주요 고객사로 둔 HSD엔진은 한화그룹이 STX중공업 인수에 성공할 경우 고객사를 빼앗길 것이란 판단 아래 한화 측에 인수를 제의했다. 이후 한화가 HSD엔진 인수로 돌아서면서 STX중공업 본입찰에는 HD한국조선해양이 단독으로 참가했다. 인수 가격 면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장고에 돌입하던 양측은 이날 계약을 통해 최종 인수를 확정했다.
경쟁사들이 핵심 엔진사를 품고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과 달리 삼성중공업은 한화에 인수된 HSD엔진을 앞으로도 도입할 예정이다. HSD엔진 입장에서도 한화오션 경쟁사라는 이유로 삼성중공업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거래를 끊을 수 없는 처지다. 삼성중공업은 경쟁사보다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등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을 바탕으로 향후 전개될 친환경 선박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겠단 전략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HD현대는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키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게 됐다"면서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O 2023에서 공개한 친환경 미래 선박의 시대를 열겠단 전략에 한걸음 가까워지게 됐다"고 평했다. 이어 "경남 거제에 나란히 위치하고 2·3위 자리를 놓고 다퉈온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의 업계 2위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경쟁사에 엔진을 의뢰할 수밖에 없는 삼성중공업이 어떤 우위 전략을 보일지도 관심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