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파인트리파트너스와 STX중공업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31일 밝혔다. HD한국조선해양은 파인트리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652만4174주 및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된 신주 536만4670주를 인수한다. 전체 발행주식의 35%로, 거래 총액은 약 813억원이다.
회사 측은 인수를 통해 △대형(2행정)엔진 생산능력 확대 △주요 부품 경쟁력 강화 △영업 시너지를 통한 수출 확대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STX중공업의 독립경영체제 및 친환경 엔진 기술을 지원하고, 이중연료엔진·디젤엔진 등 제품별 생산라인을 전문화할 방침이다.
이로써 HD현대는 국내 주요 엔진기업 네 곳(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 HSD엔진, STX중공업, STX엔진) 중 두 곳을 확보하게 됐다. 한화가 지난 2월 HSD엔진을 인수하며 '장군'을 외친 이후 HD현대가 '멍군'을 외친 모양새라는 평가도 나온다. HD현대가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을 앞세운 한화에 대해 엔진 부문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 1979년 첫 대형엔진을 생산한 이래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대형엔진 생산 2억 마력을 달성하는 등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위치에 있기도 하다.
지난 4월 무렵에는 가격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다 인수 협상을 중단했던 바 있으나, 결국 HD현대는 STX중공업을 품는 것에 성공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선박용 엔진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며 "HD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엔진 기술을 접목시켜 증가하는 친환경 엔진 수요에 부응하고, 그룹 내 조선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선업계에서 HD현대와 한화 간 자존심싸움도 거세지고 있다. 최근 HD현대중공업은 울산급 배치3 5∼6번함 건조사업의 우선협상자로 한화오션이 선정된 것과 관련해 방위사업청에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 내년 예정된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 등과 관련해서도 두 회사는 경쟁구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HSD엔진과 STX중공업 인수과정을 미뤄봤을 때, 선박 수주뿐 아니라 친환경 엔진 시장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할 게 유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