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보다 경쟁력 높다…'헬스케어' 사들이는 PEF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3.06.20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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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로닉·메디트 등 의료기기업체 인수
고령화 시대 성장성 높고 해외진출 용이
글로벌 시장 2027년 1.2경 전망도 밝아

바이오보다 경쟁력 높다…'헬스케어' 사들이는 PEF


국내 PEF(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의료기기 회사를 인수하는 등 헬스케어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다.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성이 높아진 데다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의 경우 의약품 업체보다 해외 진출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19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는 지난 9일 LG화학과 LG화학의 진단사업 부문 인수를 위한 SPA(주식매매계약)를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1500억원 수준으로, 이르면 다음 달 계약을 종결할 예정이다. 글랜우드PE 관계자는 "이번에 인수한 진단사업 부문은 체외 진단용 의료기기 사업부"라며 "코로나19 이후 체외 진단이 많이 알려지고, 익숙해진 만큼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미용 의료기기 업체 루트로닉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앞서 한앤컴퍼니는 루트로닉 최대 주주 황해령 대표와 공동으로 최대 9570억원을 투자해 잔여 지분 공개매수로 회사 지분 100%를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공개매수 기간은 다음 달 14일까지로 성공할 경우 상장폐지도 고려할 예정이다. 지난 2월 MBK파트너스와 UCK파트너스도 주식 공개매수 방식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인수에 성공했다. 현재 오스템임플란트는 상장폐지를 준비 중이다.



또 MBK파트너스는 지난 3월 구강 스캐너 기업 메디트 인수를 위한 잔금 납입 절차를 마쳤다. 지난해 12월29일 UCK파트너스와 SPA를 맺은 지 3개월여 만이다. 구주 지분 99.5%에 대한 매매대금은 2조4250억원이다.

SK그룹의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 SK팜테코가 진행 중인 6000억원 규모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도 국내외 PEF들이 뛰어들었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 스틱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캐피탈, 외국계 운용사인 베인캐피탈과 코스톤아시아 등 6곳이 투자적격후보(숏리스트)에 올랐다.



그동안 국내 PEF들은 헬스케어 투자에 다소 소극적이었다. 국내 산업이 해외에 비해 성숙하지 않은 데다 매출과 영업이익조차 나오지 않는 업체들이 대부분이어서다. 다만 의료기기 업체들이 실적을 내기 시작하고 해외에서 성과가 나면서 PEF들이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정경수 삼일PwC M&A센터장은 "최근 PEF들은 현금흐름이 받쳐주면서 국내에서 강점을 보이는 산업에 관심이 많다"며 "의료기기 기업이 바이오 기업보다는 경쟁력과 글로벌 확장성이 더 높아 PEF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한 PEF 관계자는 "의료기기 기업들은 기기를 판매하는 것이다 보니 매출과 이익이 명확하고, 이미 세계를 무대로 하는 경우가 있다"며 "앞으로도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이·미용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투자할 것 같다"고 말했다.

MBK가 인수한 메디트는 구강 스캐너 솔루션 분야의 글로벌 1위 기업이다. 2021년 22%였던 점유율은 지난해 24%로 확대됐다. 한앤컴퍼니가 인수를 추진 중인 루트로닉은 국내 1세대 레이저 미용기기 업체로,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642억원, 554억원으로 해외 매출 비중은 58%에 이른다.

세계적인 고령화로 헬스케어 산업이 성장하고, 글로벌 PEF들의 관련 투자도 늘어나는 만큼 국내 PEF들의 투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콜러캐피탈이 세계 기관투자자(LP)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LP들이 앞으로 2년간 사모펀드 투자 유망 섹터로 헬스케어, 제약을 꼽았다. 시장조사업체인 비즈니스 리서치 컴퍼니에 따르면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22년 7조4997억달러(약 9558조원)에서 2027년 9조8168억달러(약 1경 2511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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