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무등산과 함께한 10년, 무등산과 함께할 10년

머니투데이 남태한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장 2023.03.0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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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한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장남태한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장


광주시민의 무등산 사랑은 거리 풍경만으로도 알 수 있다. 광주 곳곳을 장식한 무등산의 사철경관부터 무등(無等)으로 작명된 학교나 상점들까지. 자신들의 사랑을 열정적으로 드러내고 보여준다. 국보급 투수라는 선동열에게 붙여진 '무등산 폭격기'란 별명에도 무등산이 수식어 처럼 함께 했다. 선동열을 향한 광주시민의 깊은 애정의 발로(發露)였다.

이런 무등산 사랑의 가장 위대한 결실은 무등산국립공원 지정이었다. 지역의 사랑을 바탕으로 국립공원이 된 무등산은 호남의 명산에서 국가의 보물로 발돋움했고 지난 4일 자랑스러운 10번째 생일을 맞았다.



돌이켜 보면 무등산국립공원 지정이 순풍에 돛단 듯 순조롭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광주시민의 자발적인 보전활동인 '무등산 공유화 운동'이 바탕이 되어, 2012년 지정 건의된 무등산국립공원은 변산반도와 월출산(1988년) 이후 21세기 첫 국립공원이 될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무등산은 74.8%로 사유지 비율이 높았고 신규 편입지역의 95.6%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사유재산권 침해, 지역발전에 대한 소외감, 이중규제 우려 등으로 주민과 토지소유주의 반대가 강했다.

당시 환경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국립공원예정지에 인접한 15개 마을을 대상으로 수시로 간담회를 개최하고, 국립공원 팸투어를 실시하여 주민들의 설득에 최선을 다했다. 또 주민 의견을 공원계획에 최대한 반영하고, 미반영 사항에 대한 후속 민원까지 꼼꼼히 수렴했다.

그 결과 지역주민들과 토지소유주들이 사유지의 국립공원 편입에 동의하게 되면서 무등산국립공원 지정이 결정됐다.


무등산 국립공원 지정을 반대하는 현수막으로 가득했던 거리 풍경이 국립공원 지정을 반기는 내용으로 점차 물들어 가는 순간들은 주민들이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았다.

강산도 변하는 시간이 흘러 10살이 된 무등산은 시민의 사랑을 양분삼아 보다 성숙하고 풍성해졌다. 공원관리 인력은 2.8배 늘어났고, 예산은 무려 10배 증가했다.

국립공원 지정 시 가장 난관이기도 했던 사유지의 경우 10년간 26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적극 매수한 결과, 사유지 비율이 2013년 74.8%에서 2022년 63.8%로 약 11% 가량 감소했다.

무등산의 생태계 다양성도 보다 풍부해졌다. 국립공원 지정 전 2296종 이던 생물종은 4108종으로 1.8배 증가했고 멸종위기종의 경우에는 10종에서 29종으로 2.9배나 늘어났다. 특별보호구역 3개소를 지정해 보호·관리를 강화하고 있고 그 중 평두메습지는 지역사회와협력을 통해 람사르습지로 등재 준비 중이다.

이제 무등산국립공원은 받은 사랑을 더 큰 행복으로 되돌려 드리기 위한 변화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우선 1966년부터 군부대 주둔으로 탐방이 제한되었던 정상부 중 인왕봉 구간을 개방한다. 탐방객이 보다 정상에 가까운 곳까지 탐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색다른 풍경과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나아가 군부대의 완전이전을 추진하여 제한 없이 무등산의 정상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시설 부재로 캠핑, 차박 등 여가를 위해 광주 외 지역으로 떠났던 시민들이 무등산의 품에서 치유와 힐링, 자연체험 기회를 얻으실 수 있도록 저지대에 체류형 인프라를 조성한다. 트렌드를 반영한 호텔형 산막과 놀이시설 등 다양한 선호시설을 갖춘 무등산 야영장은 자연과 일체된 정원형 공간으로 탄소중립과 국민친화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최고의 국립공원 야영장이 될 전망이다.

그 밖에도 국립공원이 주는 자연의 혜택과 더불어 참여자의 탐방경험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줄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기획 중이다.

무진악에서 서석산 그리고 무등산으로 이름은 변했지만 무등산은 언제나 호남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정신적 지주이며 영원한 사랑을 보내는 그리운 모성이었다. 무등산의 본질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국립공원이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고자 마음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무등산과 국민들이 함께 걸어갈 앞으로의 10년, 무등산을 사랑하는 시민들과 시민들을 사랑하는 무등산, 그 상사상애(相思相愛)의 동행에 아낌없는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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