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발성 폐섬유증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폐가 딱딱하게 굳고, 심한 구조적 변화를 야기해 점차 폐 기능을 떨어뜨리는 병이다.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어 증상 발현 이후 환자의 중앙 생존 기간은 3~5년에 불과하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개발을 위해 적극적인 M&A를 추진했다. 여러 인수 사례를 살펴보면 치료제의 개발 기전으로 LPA 저해제가 주목받는 걸 알 수 있다.
LPA는 세포에 존재하는 수용체에 결합해 각종 섬유화 및 염증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개발을 위한 주요한 타깃으로 주목받는 물질이다.
지난해 10월에도 LPA 저해제와 관련한 또 다른 인수합병이 있었다. 빅파마 애브비(AbbVie)가 LPA 표적 항체 개발사인 영국의 DJS안티바디(Antibodies)를 2억5500만달러(약 3000억원)에 인수했다. DJS안티바디는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를 위한 LPA 저해제로 'DJS-002'라고 불리는 주력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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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특발성 폐섬유증 임상 시험으로 △베링거인겔하임 'BI1015550'(PDE4B 억제제) 임상 3상 △대웅제약 (110,600원 ▼800 -0.72%) 'DWN12088'(PRS저해제) 임상 2상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BBT-877'(오토택신 저해제) 임상 2상 △호라이즌 'HZN-825'(LPA 저해제) 임상 2b상 등이 진행 중이다.
특발성 폐섬유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탓에 저마다 다양한 기전으로 신약 개발에 접근하는 양상이다. 이 중에서 글로벌 트렌드인 LPA 저해제와 유사한 기전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국내 업체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BBT-877은 신규 표적 단백질인 '오토택신'을 선택적으로 저해해 폐 섬유화 발생을 차단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에게서는 오토택신 발현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토택신은 LPA 생성을 돕는 효소로 오토택신 저해제는 LPA를 직접 억제하는 것보다 한 단계 더 상위의 기전이다.
대부분 LPA 저해제가 LPA 수용체 1을 표적하지만 오토택신 저해제는 상위 단계에서 LPA 자체의 생성을 차단한다. 섬유증에 관여하는 LPA 수용체 1~3을 좀 더 포괄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BBT-877은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 1상에서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LPA 농도를 최대 90% 낮췄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관계자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항섬유화 효과를 최적화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분야"라며 "현재 환자 투약을 앞둔 BBT-877을 필두로 항섬유화 및 항염증 효력이 기대되는 새로운 기전의 후보물질인 'BBT-301'(이온채널 조절제)과 'BBT-209'(GPCR19 작용제) 등 다양한 기전의 파이프라인으로 미충족 수요가 높은 특발성 폐섬유증 질환에서 견고하게 개발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